본문 바로가기
여행/유럽

(2)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Shakespeare & Company)

by Whatever it is, it matters 2017. 10. 15.


그 무렵, 무척 가난했던 나는 오데옹 거리 R. de l'Odeon 12번지에 있는 실비아 비치의 대여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에서 책을 빌리곤 했다. 겨울이 되면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쌀쌀한 거리에 있는 그 서점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입구에 커다란 난로를 피워 놓았다. 따뜻하고, 쾌적하고 멋진 곳이었다.
실내에는 탁자들이 놓여 있고, 선반에는 책들이 가득 차 있었으며, 유리 진열장에는 신간 서적들이 전시해 놓았다. 

처음 그 서점에 들어 갔을 때 나는 몹시 기가 죽어 있었다. 당시 내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그곳에 등록할 보증금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실비아는 내게 도서카드를 건네주면서 보증금은 언제든 돈이 생길 때 내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전에라도 내가 원하는 책이 있으면 얼마든지 빌려가도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실비아는 나를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하고, 매력적이고, 호의적으로 대했다. 

내가 투르게네프의 <사냥꾼의 수기>와 D.H. 로렌스의 초기작품 <아들과 연인>을 집어 들었을 때 실비아는 내가 원한다면 다른 책을 더 빌려 가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콘스탄스 가네트(Constance Garnett, 1861~1946)가 번역한 톨스토의의 <전쟁과 평화>와 도스토엡스키의 <도박꾼과 그 외 단편들> 추가로 골랐다. 



파리는 언제나, 날마다 축제다.
서점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고, 낭만이 있고, 사람이 있다.

그런 분위기는 헤밍웨이와 같은 예술가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이야기 속에서 형성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점의 분위기 자체가 헤밍웨이가 찾아갈수 밖에 없게 만드는 어느쪽이 먼저인지를 정의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셰익스피어 & 컴퍼니 서점은 너무 유명해서,
노팅힐(Notting Hill)
처럼 영화에도 나오는 고혹적인 서점이다.

무엇보다도, 헤밍웨이의 일화가 서점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넘치는 관광객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서점.
(직원이 입구에서 줄서있는 사람들을 그때 그때 입장시킨다.)

서점 안에 들어가게 되면,
고요하다.
아니 포근하다.
포근함 속에서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시끄럽게 떠들지 않은 고객 혹은 관광객들이, 각자의 환상을 충족하고 있는 그순간을 서로 방해하지 않는다.
특유의 회전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서는 한 번을 들어본 듯한 익숙한 곡을 연주하는 피아노 치는 분이 있고,
심지어 그 위를 노니는 고양이마저 분위기를 더한다.

비포 선셋 남주가 인터뷰한 그자리에는

또한 오늘의 작가분이 한정된 인원과 또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낭만적인 헤밍웨이.
"좋아. 그럼, 식사는 집에 와서 하기로 하고, 건너편 협동조합에서 본산 질 좋은 포도주를 한 병 사고, 괜찮은 요리를 ㅁ나들어 먹기로 하자. 창문을 통해 여기서도 진열대에 표시도니 가격을 볼 수 있잖아. 그러고 나서 책을 좀 읽다가 잠자리에 들어 사랑을 나누자고."
"우리, 한눈팔지 말고 우리만 사랑하기로 약속해요"
"물론이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실비아 비치(Sylvia Beach)
1887~1962.
34세 였던 1921년에 오데옹 거리 12번지에 영문학 서점, 세익스피어&컴퍼니의 문을 열었다. 이후 이곳은 갖가지 사연을 안고 조국을 떠나 파리에서 생활하던 많은 작가가 모여드는 사랑방 구실을 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들에게 이 서점은 우체국이며 은행이며 문학 살롱이었다. 
특히 오늘날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공인되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Ulysses)>가 외설 시비로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 금지되자, 우여곡절 끝에 1922년 초판본을 직접 펴내 화재를 모았다
제2차 세계ㄷ전 중인 1941년, 나치의 탄압으로 서점 문을 닫게 된 이후에 실비아 비치는 파리에 머무르며 문필 및 번역 일에 종사했고, 1959년에 회고록 <셰익스피어&컴퍼니>를 출간해 격찬을 받았다.
프랑스와 미국 간의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38년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1959년에 버팔로 대학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44년, 이 서점을 무척 사랑했던 헤밍웨이가 미군과 함께 직접 파리로 들어와 서점 건물의 점거를 풀었지만, 이미 몹시 지쳐 있던 실비아는 은퇴를 결심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미국인 방랑가이자 몽상가이며 작가인 조지 휘트먼이 오데옹 거리에서 멀지 않은 노트르담 대성당 건너편, 센 강변에 비슷한 서점을 다른 이름으로 열었다가 1964년에 그 이름을 다시 '셰익스피어&컴퍼니'로 바꾸었고 이 서점은 지금도 휴머니즘의 성지이자 문학의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헤밍웨이가 책을 빌려주었던 실비아 비치와
무척 사랑해서 다시 서점을 열고자 했던 헤밍웨이.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지금도 이어질 수 있게 만든 조지 휘트먼.

작가들의 우정들도 멋있다.

이 서점 한번 눈에 담는 것만해도. 파리는 감동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