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렵다. 읽기 어렵다 ㅋㅋㅋㅋ
괴팍하고 못생긴 수위 아줌마 르네와 열두 살 생일에 자살하기로 결심한 천재 소녀 팔로마의 독특한 우정이라고 설명하는데, 200쪽을 넘겨야만 서로 만날락 말락 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얘길 하니. 근데 또 이야기 하나하나가 사색적이다.
독서일: 2017/07/16 오후 9:47
비고: 2017년 7월 16일 오후 9:47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
출판사: 아르테
- 차의 의례는 정확한 몸짓으로 절제된 시음 과정을 유지함으로써 단순하고 진정하고 세련된 감각에 도달하게 한다. - 우리는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제 삶을 산다. 즉 끊임없이 성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체성이라는 것은 절망을 가리고 거울 앞에 선 자신에게 자신이 믿고 싶은 거짓말을 하는, 아주 덧없고 엉성한 덩어리다. - 어른들의 권력 놀이의 슬픈 공격성. - (죽음): 부자와 빈자, 이론가와 실천가, 정책 결정자와 노예, 선인과 악인, 창조적인 사람과 고지식한 사람, 조합주의자와 개인주의자,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 등 모두 퇴장이다. - 절의 이기 위에 핀 동백꽃, 교토에 있는 산들의 보랏빛, 푸른 도자기 찻잔, 덧없는 열정 한가운데 개화하는 순수한 아름다움, - 밖에선 바람이 갓 돋은 잎사귀를 스쳐가고, 달아나는 인생은 내일도 계획도 없는 보석으로 응결된다. 무채색의 나날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운명은 마침내 빛으로 둘러싸여, 시간을 초월해 평온한 가슴을 불태운다. - 문명은 제어된 폭력이며 영장류의 공격성에 대한 미완의 승리다 그리고 우리는 영장류였고, 여전히 영장류로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가 향유하기를 배운 이끼 위에 핀 몇 송이 동백꽃이다. 거기에 교육의 모든 기능이 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끼 위에 핀 동백꽃은 종족의 충동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끈질기게 제안하는 것이다. 그 충동은 결코 멈추지 않으며 생존의 약한 균형을 계속해서 위협한다. |
죽음에 대하여, 늙음에 대하여, 관계에 대하여.
이것저것 철학적인 내용을 소설과 주인공의 생각에 빚대서 설명하는 것 같은데.
쉽게 읽히고 그러진 않네. 하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곱씹을 만한 것도 많고, 발췌하고 싶은 문구도 많은. 소설이지만 철학서 같은 책.
그래도 끝까지 읽어봐야 겠다..
어쨌든 저녁을 먹으며 티베르의 아버지가 말했다.
"설마! 바둑을 모른다고요? 그 멋진 일본 게임을? 난 최근 샨 사의 소설<바둑 두는 여자>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어요. 바둑은 일본식 체스인데 정말 멋-져-요! 우리가 또 한 번 일본인들에게 빚진 발명품이죠. 정말이지 멋-지-다-니-까-요. 제가 장담하죠!" 그러고는 바둑의 규칙을 설명했는데 정말 엉터리였다.
첫째, 바둑을 창안한 건 중국인이다. 나는 바둑에 관한 만화 <고스트 바둑왕>을 읽으며 그 사실을 알았다.
둘째, 바둑은 일본식 체스가 아니다. 바둑이 판 위에서 이루어지는 놀이고 두 상대가 검고 흰 조각들을 가지고 서로 맞선다는 걸 차치하면, 체스와 바둑은 개와 고양이만큼 서로 다르다. 체스에서는 이기기 위해 죽여야 하지만 바둑에서는 살기 위해 지어야 한다.
셋째, 나는-어떤-멍청이의-아버지 씨가 언급한 바둑 규칙 몇 가지는 틀렸다. 바둑의 목표는 다른 편을 먹는 게 아니라 좀 더 큰 집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둑알을 포위하는 방식은, 상대의 돌을 먹기 우해서라면 '자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지 결코 자신이 먹힐 게 뻔한 곳으로 가는 걸 형식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 등등.
그때 나는-세상에-혹-하나를 붙였어요 씨가 "바둑 기사들의 급 체계는 1급에서 시작해 30급까지 올라가고, 그다음에는 1단, 2단... 그런 식으로 나가죠."라고 하자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뇨, 순서가 반대예요. 30급에서 시작해 1급으로 올라가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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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바둑왕>이 나와서 깝놀...
- 바둑..... 영토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인 이 게임은 정말 훌륭하다 바둑에는 전투 상황도 있지만 그것은 단지 자기 영토를 살리기 위해서일 뿐이다. 바둑의 가장 멋진 점은, 이기기 위해서는 살아야 하지만 또한 반대편도 살게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탐욕적인 자는 패배한다. 다른 편을 짓밟지 않으면서 우위를 획득해야 이기는 섬세한 균형의 게임. 결국 바둑에서 살고 죽는 것은 잘 지었는지 잘 못 지었는지로 판가름된다. 다니구치의 만화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네가 살거나 죽거나. 그것은 결과다.' - 우리는 동물이고, 앞으로도 동물로 나을 것이다. 부자네 암고양이도 문명화된 여자들을 괴롭히는 똑같은 질병으로 괴로워한다. 이것은 고양이 학대라며 분개하거나 순진한 가축 종족이 인간 때문에 오염되었다고 고함을 칠 일이 아니다. 반대로 그 사실은 동물들의 운명을 이어주는 깊은 연대감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걔네나 우리나 같은 욕구를 갖고 살며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다. - 그렇게 나는 멍하니 길을 지나가다가, 치즈 가게들 쪽으로 가서 파르메산 치즈 분말과 수멩트랭 젖소 치즈 한 덩이를 샀다. - 우리는 늙어가며, 그것은 아름답지도 좋지도 즐겁지도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불행한 이유가 다양하다.' <안나 카레니나>** - 미셸 부인, 그녀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지녔다. 겉으로는 가시로 뒤덮인 철옹성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녀 역시 고슴도치들처럼 꾸밈없는 세련됨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겉보기에는 무감각한 듯하지만 고집스럽게 홀로 있고 지독하게 우아한 작은 고슴도치. - 그러니까 오늘의 깊은 사색은 이거다. 나는 처음으로 사람들을 살피고 저 너머를 바라보는 어떤 사람을 만났다. 하찮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사색에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결코 우리가 확신하는 것 너머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만남을 단념했다는 것, 이 영원한 거울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자신만을 만나려 한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미쳐버릴 것이다. 우리가 타인 속에서 결코 자신밖에 바라보지 않으며, 우리는 모두 사막 속에 홀로 있다는 사실을. - "네. 혁명가는 레닌이죠. 레빈은 위대한 러시아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이에요. 키티는 그가 사랑하는 여자 이름이고." |
다른 표현을 택했어야 했다.
(단순하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아니면) '실수하신 것 같습니다. 당신의 소포를 돌려드립니다.'
(꾸밈없이 짧고 정확하게) '수취인 오류.'
(교묘하고 결정적으로) '저는 읽을 줄 모릅니다.'
(더 교활하게) '저의 고양이는 읽을 줄 모릅니다.'
(치밀하게) '감사합니다. 하지만 새해 선물은 정월에 한답니다.'
(또는 행정적으로) '반송 등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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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갖춘 여러 가지 대답이 가능하다.
"무척 친절하시군요! 그런데 제가 장관만큼 일정이 빡빡하거든요"(전혀 믿기 어려움).
"유감천만이에요! 제가 내일 므제브(스키장으로 유명한 프랑스 동부의 휴양지.)로 떠나요"(허황됨).
"아쉽지만 식구들이 있어요"(지나친 거짓말).
"고양이가 아파서 혼자 둘 수 없어요"(감상적).
"몸이 안 좋아서 집에 있는 편이 좋겠어요"(뻔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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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조용하기만 했던 호수에 작은 돌 하나 던져진 것 만으로도.
이렇게 위태로워지는 것이 마음이다.
- 발가벗겨진 느낌이 이런 것일까? 몸에서 옷을 모두 벗겨낸들 영혼은 온갖 장신구로 채워진 채 남아 있다. 그러나 오즈 씨의 초대는 내 영혼을 완전히 발가벗겼고, 나는 눈송이의 후광에 둘러싸인 채 가슴에 달콤한 불자국이 남았음을 느꼈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검고 깊고 차갑고 감미로운 물속, 시간의 바깥으로 뛰어들었다. - 위안이 되어야 할 그 고요한 적막이 오히려 불길한 옉마으로 가슴을 가득 채웠다. 나는 무작정 달아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어두컴컴한 나의 숙소가 문득 포근하고 눈부신 은신처처럼 느껴졌고, 이제 더는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 텔레비전 앞에 널브러졌을 레옹을 생각하며 나는 한 움큼의 향수를 느꼈다. 그런다고 내가 잃을게 뭔가? |
밖에선 바람이 갓 돋은 잎사귀를 스쳐가고, 달아나는 인생은 내일도 계획도 없는 보석으로 응결된다. 무채색의 나날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운명은 마침내 빛으로 둘러싸여, 시간을 초월해 평온한 가슴을 불태운다. |
아연실색할 아름다움 탓에 문득 무례하다는 자각마저 상실한 것은 오직 예술의 지고한 광휘만이 해명해주리라. |
- 우리가 몇몇 예술작품 앞에서 느끼는 황홀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첫눈에 감탄이 솟구치고, 이어 끈질긴 집요함으로 그 감탄의 원인을 찾고자 하면 우리는 이 모든 아름다움이 재능의 열매임을 알게 된다. 어둠과 빛을 길들일 줄 알여 그것을 높이 살려 형태와 구성-보석 같은 유리잔의 투명함, 조개껍데기의 요동치는 우툴두툴함, 레몬의 선명한 부드러움-을 재현할 줄 아는 붓의 작업을 면밀히 탐색할 때만 드러나는 재능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가 첫눈에 느낀 황홀의 신비를 해소하거나 설명하지 못한다. - 예술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 그것은 동물적인 논리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정서적 틈을 시간 속에 열어놓으면서 동백꽃의 순간적이지만 빛나는 환영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예술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그것은 감각적 영역을 다듬을 수 있는 정신의 능력에서 잉태된다.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그것은 우리의 감동에 '형태를 부여'해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그럼으로써 특별한 형태를 통해 인간적인 정서의 보편성을 구현할 수 있는 모든 작품에 영원성이라는 낙관을 찍는다. - 오늘 멋진 일이 일어났다! 나는 미셸 아주머니에게 가서 콜롱브의 우편물이 배달되면 우리 집에 가져다달라고 했다. - 그들은 양립할 수 없는 문화들 사이에서 찢겨버렸다. 자기가 어디 있는지 모르면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태국 어부들의 문화와 파리의 대부르주아 문화를 동시에 감수해야 한다면? 이민자 자식의 문화와 보수적인 늙은 나라의 문화를 감수해야 한다면? 그때 사람들은 차를 불태운다. - "아주 아름답고 아주 가난하다는 건 고약한 운명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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