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비유환
독서일: 2020/06/02 오후 1:51
비고: 2020년 6월 2일 오후 1:51
작가: 이재익
출판사: 박하
이재익
- 서울과 면적이 비슷한 자치도시에 극장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실화? 실화다. 자본이 없는 곳엔 문화도 없다고 말한다면 너무 비정한가? 슬프지만 사실이다.
- 사랑의 크기와 방식이 다르더라도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상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그것만으로도, 기적은 아닐지라도 축복으로는 충분하니까.
- 당시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의 신군부 세력은 '개돼지'같은 백성들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해 이른바 3S정책을 실시한다. 스포츠, 섹스, 스크린. 에로영화는 두 개의 S를 만족시킨다.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서슬 퍼런 심의가 살아 있던 그 시기에 '에로영화'는 정부의 정책에 호응하면서 심의도 피할 수 있는 묘수였던 셈이다. 그렇게 1980년대는 에로영화의 전성시대가 된다.
- 이 가족은 늘 그런식이다. 투덜거리면서도 사랑한다.
- 영화 <데몰리션>의 주인공 역시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내재되어 있던 자기파괴 욕망을 실현한다. 영화 초반에, 아직 아내가 살아 있고 일상이 멀쩡하던 순간에도 그의 표정에 스치던 왠지 쓸쓸하고 권태롭던 표정은 무척이나 힉숙한 얼굴이다. 나를 포함해, 지금 살고 잇는 인생이 진짜 원하는 인생이 맞는지 고민하는 수많은 도시인의 얼굴이다. 떠들썩한 공연이 끝난 뒤 대기실에서 늘어져 있던 커트 코베인의 표정도 그랬으리라.
-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아빠는 나에게 더 많은 기회와 자유를 주기 위해 누구보다 애써준 사람이라고.
이승훈
- 자신이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 만든 작품들을 평론가들은 글 한두 줄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감독 존 파브로는 그 말들을 들으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아프다고. 네가 그런 거 쓰면 존나 아프단 말이야." 칼 캐스퍼의 입을 빌려 파브로 감독은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 대중예술이란 대중을 한참 뛰어 넘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대중의 공감과 함께 반보 정도 앞서가야만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 어떤 일을 한 지 10년쯤 되면 누구나 기로에 서기 마련이다. 10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 "형님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거 맞죠?" "지금 이 마당에 잘하고 있는 게 중요하냐? 잘하고 있다고 믿는 게 중요하지."
- <변호인>은 전형적인 영웅서사의 구도를 따른다. 하지만 이 영웅서사는 생물학적 출생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출생에서부터 시작한다.
- 노무현은 내가 안느 사람 중에 가장 씩씩한 사람이다. 얼마나 씩씩한 사람이냐 하면, 그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조차 용기를 내서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 정도로 씩씩한 사람이다. 실패한다 해도 좌절하지 않았고, 옳다고 믿는 것에선 물러나지 않았다. 강자 앞에선 강하게 나갔고, 약자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는 사람이었다. 웃음도 눈물도 많았고, 활달하고 씩씩했다.
- 인생에 습작이란 없다.
-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상대에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자신에게 빠지는 것은 아닐까?'
- <매트릭스>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매트릭스>였다.
- 우리의 인생이 그렇다. 우리의 인생에 벌어지는 중요한 일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도 벌어지는 중요한 일들이다. 내 인생에만 벌어지는 극적이고도 중요한 일들은 별로 없다.
- <다크 나이트>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진실을, 우리의 실존을 담는 데 성공한 첫 히어로영화다.
김훈종
- 이창동 감독은 알았을까? 자신의 데뷔작인 <초록 물고기>에 건달3 역할로 캐스팅한 단역 배우 송강호가 훗날 대한민국 영화계를 뒤흔드는 태풍이 될 거란 사실을.
- 미라이공업의 창업주 야마다 아키오는 이렇게 자신의 노동관을 명쾌하게 정리한다. "먹고 자는 일이라면 돼지도 하고 소도 하고 있어. 날마다 야근을 시켜버리면 직원은 집에 가서 먹고 자는 일 외엔 못 해. 직원은 가축이 아니니까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해줘야 해."
- 아일랜드에는 '파트너십 비자'라는 게 있다. 외국인에게 아일랜드인과 정식으로 결혼을 해야만 비자를 주는 게 아니라, 사실혼 관계에서도 비자를 준다는 취지의 이민제도다. 요건은 2년 동안 사귀고 함께 살았다는 증거.
- <행복>에서의 남녀관계는 <라라랜드>에서 정확히 전도된다. 미아의 '성공과 꿈'은 세바스찬의 '관계와 사랑'을 압살한다.
- 밀양 토박이 종찬(송강호 분)은 밀양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똑같아예. 사람 사는게 다 똑같지예."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그곳은 결국 우리 모두가 사는 세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삶의 비의는 단순하기 짝이 없고, 반대로 지극히 평범한 우리 일상은 신비와 경탄으로 가득 차 있다.
- 왕이 명했다. 세상의 모든 지혜를 모으라고. 그런데 세상의 모든 지혜를 다 모으다 보니 몇 수레가 족히 넘는 방대한 양이 되었다. 왕은 내가 이걸 언제 다 읽느냐며 역정을 내면서, 지혜를 좀 더 압축해 모아 오라고 다시 명했다. 학자들은 세상의 지혜를 줄이고 줄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바쳤다. 하지만 왕은 기다리다 늙고 쇠약해졌다. 한 권의 책도 읽을 힘이 남지 않았기에 한 장으로 요약해 오라 일렀다. 학자들은 다시금 정성을 다해 세상의 모든 지혜를 압축하고 압축해 한 장으로 만들어 갔다. 하지만 왕은 임종을 앞두고 있었다. 신하 하나가 한 줄의 말을 왕의 귀에 대고 읊었다. "전하, 세상의 지혜는 이렇습니다. 인간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결국 죽습니다.(생로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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