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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은 핑계고 술 마시러 왔는데요? _ 탁재형(탁PD의 여행수다)

by Whatever it is, it matters 2020. 12. 14.

 

일은 핑계고 술 마시러 왔는데요? - 교보문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풀어낸 탁PD의 술과 여행 이야기 『일은 핑계고 술 마시러 왔는데요?』는 다큐멘터리 PD이자 여행 팟캐스트 진행자 탁재형이 해외 취재 중에 만난 세계 각지의 술에 대한 이야

www.kyobobook.co.kr

 

스피릿로드를 보고 기대한 저에게는 조금 상처로 다가왔습니다.

스피릿로드 개정증보판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그래도 역시 술전문가(?)의 설명을 들을지라면, 꼭 한번은 그 나라, 그 동네에 가서 그 맛을 느껴보고만 싶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이제 여행만 가서 해외에서 맥주한잔만 해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강렬했던 첫사랑의 기억 - 루마니아*빨링꺼 Palinca

출처: Pixaby.com

빨링꺼의 첫 느낌은 '한 대 맞은 것 같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식도를 태운다는 것으로는 부족한, 송두리째 둘둘 말아버리는 것 같은 고통. 비록 찰나이긴 하지만 그것은 분명 고통이다. 

"... 5리터만 구매하고 싶습니다."


불 속에서 정련된 포도의 향기 - 이탈리아*그라파 Grappa

출처: Pixabay

특유의 튤립 모양이 유리잔에 담겨 영롱하게 빛나는 그라파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시기도 전에 취기를 닮은 흥분이 밀려왔다. 

코 끝을 자극하는 향기는 포도를 수확한 그날, 농가의 소녀들이 맨발로 포도 알갱이를 으깨던 향기다. 달콤한 불길이 식도를 타고 달렸다. 

발랄하면서 섬세하고,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술 한 잔에 담긴 조르바 정신 - 그리스*치쿠디아 

출처: Wikimedia Commons

원추형의 조그마한 유리잔에 담긴 투명한 술은 강렬하고 상쾌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거칠면서도 산뜻한 포도 향이 위장과 식도를 가득 채웠다. 

맛의 세련됨에 있어선 확실히 그라파가 더 앞서지만 치쿠디아의 맛에는 육중한 울림이 있다.


왕실에서만 맛보던 비밀의 맥주 - 독일*바이스비어 Weissbier

불투명한 액체의 잔잔한 행복감


소년이 동경한 어른의 세계 - 영국*위스키 Wisky

화끈하지만 섬세하고, 알싸하지만 부드러운, 값 비싼 호박색 액체

 

맛이 없을수록 맛있다 - 러시아*보드카 Vodka

차갑게 얼린 루스끼 스딴다르뜨는 얼음송곳처럼 날카롭게 목울대를 자극하며 넘어갔다. 

같은 보드카라도 맛이 점점 달라졌다. 처음 이 마을에 와서 긴장이 덜 풀렸을 때 마셨던 맛은 쓸쓸했고, 촬영하느라 몸이 한창 힘들었을 때의 맛은 묵직했다.


맥주 덕후의 성배 - 벨기에*시메이 맥주 

출처: Wikimedia Commons

간밤의 비로 살짝 젖은 떡갈나무 숲을 산책할 때의 향처럼 무거우면서도 맑고 강건한 향이 풍겼다. 장년의 늘름함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행복한 사람들은 향기를 마신다 - 덴마크*아콰빗 Akvavit

잔에 담긴 아주 옅은 호박색 액체는 고농도 알코올 특유의 묵직한 질감을 보여주며 넘실대고 있었다.

입에 털어 넣은 아콰빗은, 음... 쓰다... 고 느끼는 순간 입에서 꽃이 피어났다. 


아프리카에서 청심환이 필요할 때 - 남아프리카공화국*아마룰라 Amarula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크림 맛 속에 강렬한 위스키 향이 잘 녹아 있는 크림 리큐어는, 디저트로도 어울리고 온더록스로 즐겨도 좋다.


끝내 사라지지 않을 금단의 열매 - 수단*아라기 Araqi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술보다도 거칠고 드라이했다. 곡주로서 가질 수 있는 향기 따윈 사치라는 듯이, 너의 목구멍을 태워버리는 것만이 존재의 이유라는 듯이, 투명한 불꽃이 혀 뒤쪽을 담금질하며 넘어갔다.


지구 반대편, 같은 아픔을 공유한 술 - 말라위와 페루*까냐주와 까냐소 

방금 받아낸 투명한 술을 플라스틱 컵에 따라 코끝에 가져가니, 가정식 증류주 특유의 옅은 숯불 냄새가 풍겼다. 찌르르하게 목울대를 울리는 자극적인 맛에서 투박하지만 순수한 서민의 정취가 느껴졌다.

 

아마존 정글의 막걸리 - 페루*마사또 

페루 북부의 이키토스는 '자동차로 갈 수 없는 곳 중 가장 큰 도시'라는 별명답게 빽빽한 밀림으로 둘러싸여 오리지 비행기와 배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기운이 날 겁니다."

액체는 시원하고 달콤했다. 살작 나는 풀냄새와 시큼한 뒷맛이 갈증을 없애고 입맛을 돌게 해주었다. 식도를 넘어가고 난 뒤 느껴지는 꽤나 뻑뻑한 질감은 공기 빠진 타이어에 바람을 채우듯, 속이 텅텅 비어 반으로 접혀버린 내 위장을 모양 좋게 펴주는 듯했다. 

 

잉카의 항아리에 담긴 유럽의 혼 - 페루*피스코 

입에 갖다 대자 섬세한 거품이 윗입술을 간질였다. 조심스럽게 잔을 더 기울이자 차가운 솜사탕 같은 거품을 헤치고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액체가 입안으로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상냥했던 첫인상은 이내 톡 쏘는 향기로 바뀌며 피곤했던 몸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출처: wikimediacommons


커피와 술이 건네는 극단적 위로 - 베네수엘라*미체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한 잔의 위로 - 볼리비아*싱가니 


체취를 닮은 열대 칵테일 - 브라질*까이삐리냐 


불타는 축제의 연료 - 콜롬비아*아구아르디엔떼 


엘도라도처럼 희미해진 순수함 - 에콰도르*뿌로 


진정한 남자의 술 - 멕시코*테킬라 


고마워요, C.C. 할머니 - 캐나다*캐나디언 클럽 


술 한 모금에 깃든 삶과 죽음 - 캄보디아*쓰라 써 


물아일체의 판타지를 마시다 - 동서양*침출주 


인류 최초의 증류주 - 아랍*아락 


한 잔의 술에 담긴 기억 - 라오스*비어라오 


선입견을 깨우친 화전민의 술 - 라오스*라오라오 


세계 정상을 노리는 중국의 자존심 - 중국*바이지우 


이름에 담긴 초원의 자부심 - 몽골*칭기즈 보드카 


히말라야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묘약 - 네팔*럭시 


지독한 추위 뒤 최고의 한 모금 - 네팔과 스위스*무스탕 커피와 글뤼바인 


대나무를 닮은 장인의 마음 - 대한민국*죽력고 

"우리나라의 경우엔 비싼 술을 만들 수가 없으요. 제조원가와 노동력만 인정허지 기술력은 인정을 안 혀. 나가 이것을 한 병에 10만 원 받겠다고 하면 원재료가 뭐냐, 재료값의 25퍼센트까지만 이윤을 붙일 수 있다, 허는디 어디 와인은 포도가 한 송이에 몇만 원씩 해서 그리 비싼감? 나의 술은 예술인데 그것을 원가를 가지고 평가한다면 누가 이것을 만들겄소. 그 시간에 논에 가서 일을 허제."

 

 

<라이브러리>

피스코(페루): 발효시킨 포도즙을 증류한 브랜디

피스코샤워: 피스코 + 시럽 + 라임

마사또(페루): 유카 발효시킨 막걸리

뿌로(에콰도르): 사탕수수로 만든 증류주

바이스비어(독일): 맥아를 밀에 첨가해 상면발효한 맥주

위스키(영국): 증류주

럭시(네팔): 수수/보리로 만든 막걸리 '창'을 끓인 것

무스탕커피: 럭시 + 설탕 + 버터

아구아르디엔떼(콜롬비아): 증류주

바이지우(중국): 수수, 조, 쌀, 옥수수 등을 더해 발효시키고 증류

싱가니(볼리비아): 포도로 만든 증류주

그라파(이탈리아): 포도찌꺼기 발효 후 증류

미체(베네수엘라): 빠넬라(사탕수수)를 잘게 부수어 물과 섞어 발효 후 증류

쓰라 써(캄보디아): 쌀과 누룩, 약재를 섞어 항아리에서 발효. 마실때 물에 우려내서 마심

아라기(수단): 수수 증류수

죽력고(대한민국): 대나무 줄기를 불에 쬐어 흘러나오는 수액 같은 기름과 생강, 석창포, 계피, 솔입, 죽엽 등의 재료로 만든 술

까나주(말라위): 사탕수수 발효주

치쿠디아(그리스): 포도즙 증류

보드카(러시아): 밀, 보리, 감자 등으로 알코올 증기가 숯과 모래가 들어있는 증류탑을 통과하면서 만듦

캐나디안 클럽(캐나다): 위스키

글뤼바인(스위스): 와인에 오렌지, 레몬, 계피, 정향 등을 넣고 끓인 것

까이삐리냐(브라질): 카샤샤 + 라임 + 설탕

아콰빗(덴마크): 감자 발효

라오라오(라오스): 찹쌀 발효, 약초를 더해 증류

테킬라(멕시코): 용설란 잎 수액 채취해 발효, 이를 증류

빨링꺼(루마니아): 제철과일을 발효, 두번 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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