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유럽도시기행1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07월 09일 출간
엄청 기대했습니다.
유시민이 만드는 여행기는 어떨까
내용은 담담하게 그 도시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니거나 유시민 작가가 관심있어하는 부분에 대해 역사적 사실과 본인의 의견을 풀어냅니다. 여행도서에서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 도시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에 대해서도 물론 한 꼭지 다루고 있습니다.
유작가님 본인은 이렇게 겸손한 마음으로 집필하셨습니다.
글쓴이로서 내가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은 하나뿐이다. "흠, 이 도시에 이런 이야기도 있단 말이지. 나름 재미있군." 이것 말고는 없다.
그리고 와이프 한경혜씨의 사진들도 간간히 컬러로 수록되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사의 역사」에서 느꼈던 것처럼
서양 역사를 다룰때는 내용에 대한 설명이 길어지고 많아지는 것은 어쩔수 없나 봅니다.
역사의 역사와 다른 여행작가의 여행에세이가 적절히 섞여있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가장 울림이 있었고 좋아하는 작가님의 저작입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 가장 재미있었구요.
「나의 한국현대사」는 유작가님이 직접 경험하신 내용이 있고, 우리 역사이다 보니 서양의 역사이야기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이 세 작품만큼의 몰입도는 없었지만,
확실히 이런 여행기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도시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 도시에 대한 더 큰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 도시에 대한 여행의 욕구를 자극하는 면이 있거든요.
그리고 블로그에서의 여행 정보보다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작가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도시의 역사와 구조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특정한 건축물과 공간과 사건과 사람에 관한 세부 정보를 찾을 때는 포털 사이트와 검색엔진이 비할 바 없이 편리했다.
그리고 각 도시별로 지도를 첨부해, 도시기행의 공간감도 살려주는 것은 매우 좋았습니다.
다만, 여행작가가 아니기에 '여행욕구의 자극'은 전문 여행작가들에 비해서 살짝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좋았어요.
터키 이스탄불 이야기 중에서는 '예니체리'부대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깊었어요. 권력은 썩는다는게 진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스만제국은 서쪽 발칸 지역의 영토 확장 과정에서 사로잡은 청소년 기독교도들을 무슬림으로 개종시켰고,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청년들을 모아 특수부대로 편성했다. 혼인도 하지 않고 집단으로 생활하면서 특별한 대우를 받았던 예니체리는 점차 이스탄불을 장악한 권력 집단으로 변모해 술탄을 암살하거나 갈아치우는 정변을 여러 차례 일으켰다. 1826년 예니체리가 군을 현대화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반기를 들고 반란을 일으키자 술탄 마무드 2세는 대포를 쏘아 진압한 다음 살아남은 자를 모두 처형하고 부대를 남김없이 해체해 버렸다.
그리고 독재자이면서 근대화를 이룬 터키의 아버지 아타튀르크의 이야기도 좋았구요.
무스타파 케말은 16년 동안 대통령으로 일하면서 터키공화국을 확실한 '세속국가'로 만들었다. 헌법에서 이슬람 국교 규정을 삭제했고 정치권력자를 종교 지도자로 세우는 '칼리프제도'를 폐지했으며, 오스만 황실의 후손을 추방하고 종교 학교와 종교 법정을 없애버렸다. 공공장소에서 남자는 모자를 쓰지 못하게 하고, 여자는 머릿수건을 두르지 못하게 했다. 또한 정치제도와 교육제도를 현대화하고, 유럽의 과학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성평등법과 시민법을 제정해 여성에게 동등한 법적 권리를 주고 여성 판사를 임명했다. 그의 집권 기간에 20여 명의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만약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고자 한다면 유작가님의 이 책과, 김미연 작가님의 「프랑스 한걸음 가까이」와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 이 세권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더 깊은 이해와 애정이 생긴 이후에 프랑스 파리를 가게 되면, 정말 한 걸음 한 걸음, 카페 하나하나, 이 건물 저 건물 전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생길 겁니다.
그리고,
여행기는 '음식'이죠!
유작가님도 이 법칙을 깰수는 없었나 봅니다 ㅎㅎ
아테네의 수블라키, 칼라마리는 정말 누구나 강추하는 음식인데, 여기서도 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이탈리아야 뭐, 대단하죠, 로마라고 다르겠습니까.
요알못으로 유작가님한테서 이태리 코스 요리에 대해서는 한수 배웠어요. 코로나19가 끝나고 나면 이탈리아에 갈 이유가 생겨버렸어요 ㅡㅠㅡ
정통 이탈리아 코스 요리가 어떠헥 구성되는지 알만한 이는 다 안다. 아페르티보-안티파스토-프리모 피아토-세콘디 피아티-돌체-카페로 이어지며 포도주나 맥주를 곁들인다.
아페르티보(Apertivo)는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필요한 '주전부리'로 조그만 빵이나 비스킷, 올리브를 준다
안티파스토(Antipasto)는 탄수화물이 없는 전체 요리다. 얇게 저민 햄처럼 짭짤한 육류나 해물, 모둠샐러드가 나오는 게 보통이다.
프리모 피아토(Primo Piatto)는 스파케티, 피자, 라자니아, 라비올리, 리소토 같은 걸 먹는데, 모두 밀가루나 쌀로 만든 탄수화물 덩어리다.
메인인 세콘디 피아티(Secondi Piatti)는 소, 돼지, 양 등의 육류나 생선이다. 먼저 고기를 먹고 밥이나 면을 먹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후식인 돌체(Dolce)는 티라미수 케이크나 젤라또
카페(Caffe)는 에스프레소가 기본이다. 이렇게 먹으려면 잘하는 레스토랑을 미리 알아보고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터키 이스탄불은 다소 생소한 광어 숯불구이와 오스만식 커피
프랑스에서는 역시 푸아그라와 에스카르고를 맛보긴 하셨네요 ㅎㅎ 그리고 대실망하신듯합니다.
푸아그라는 그냥 흔한 간이었다. 간이 부어오르게 하려고 거위를 학대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기분이 찜찜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달팽이 구이는 먹을 게 없었다. 내 입맛에는 우리나라 호프집 골뱅이무침이 차라리 낮겠다 싶었다. 생선 요리는 재료 맛으로 먹는 것이라 어디나 비슷했고, 크루아상은 한국 전문점 것보다 더 맛이 좋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웠다.
음식기행 5%에 역사와 문화기행 95%였는데 음식 이야기 감상만 잔뜩해버렸네요.
여행은 음식이죠 =_=
아테네는 아테네민주주의와 영국으로 넘어간 문화유산의 이야기가 가장 와닫았고
로마제국의 역사는 인류가 끝날때까지 회자될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이스탄불은 십자군 전쟁과 터키의 영웅 아타튀르크 이야기를 빼놓긴 섭섭하죠.
파리야 뭐.
저도 나름 책을 읽었다보니, 유작가님처럼 상세하고 잘 정리할 능력은 없지만 대충 어떤 내용이다는 머리에 그려지거든요.
그래서, 제 지식의 확장면에서는 참 좋았지만 역사에 관심없는 독자들이 보기에는 머리가 지끈거릴 수도 있다 싶었어요.
나무위키 역사챕터로 시간보내기 좋아하는 독자나, 문명게임을 하는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신나서 읽어내려갈듯하네요 ㅎㅎ
유작가님의 책은 언제나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알쓸신잡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서, 이런 이야기를 유작가님 육성으로 풀어주시면 그것 또한 얼마나 재밌을까 상상하면서 읽어내려갔네요.
코로나19시대에 여행에 목마른 사람들,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일독을 권할만한 작품입니다.
유시민 작가님, 글도 계속 쓰시면서 계속 알릴레오, 알쓸신잡 해주세요 ㅠㅡㅠ
'정보모음 > 문화, 영화,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인상깊은 구절들 (0) | 2020.10.22 |
---|---|
[시] 같이울자 by gslow (0) | 2020.10.18 |
[게임] 어몽어스(Among Us)를 깔아봤어요, 게임 플레이 방법 (0) | 2020.10.10 |
[도서] 장벽의 시대, 초연결의 시대, 장벽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0) | 2020.10.10 |
[도서] 알아두면 잘난척하기 딱좋은 철학 잡학사전 (0) | 2020.10.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