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모음/문화, 영화, 책

독서,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by Whatever it is, it matters 2022. 6. 6.

#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Tags: 법률
독서일: 2016/09/17 오전 10:23
비고: 2016년 9월 17일 오전 10:23
작가: 김영란
출판사: 창비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김영란. 1956년 부산 출생. 2004년 우리나라 사법사상 최초로 여성 대법관이되었다.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여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우리 사회 정의에 큰 영향을 미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입법에 힘썼다.

**<책머리에>**

전원합의는 한달에 한번식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고 대법관들만 원탁에 둘러앉아 아침 10시부터 저녁 늦도록 사건에 관해 토론해 결론을 이끌어낸다. 대개 하루에 5, 6건 정도 합의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는 달리 대법관은 선거제도에 의해 선출되지 않으므로 판결이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으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다수의견을 이끌어냈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토론과정을 다수의견, 소수의견, 별개의견, 보충의견 등에 고스란히 담는다. 어떤 논리로 다수의견의 결론이 내려지게 되었는지를 드러냄으로써 대법원 판결이 순전히 개인의 주관적 입장이 아닌, 공동체에 내재한 원칙들을 찾는 과정을 거쳤음을 밝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회가 그 결론을 쉽게 받아들여주고 신뢰해주기를 기대하며, 나아가 사회가 변화하여 소수의견의 논리가 널리 받아들여지게 될 때 변화된 의견에 따라 판례를 변경하는 데 따르는 부담도 줄이게 된다.

동성동본 금혼규정에 대해서는 1997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법이 개정된 것은 그로부터 8년 후인 2005년이었던 점만 보아도, 다수결이 작동하는 사회에서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판사들이 '헌법에 나타난 국민의 의사'를 찾아서 실현해나가야 한다. 국민주권의 원리, 기본권 보호의 원리 등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는 소수자까지 포함해 보호하는 원리이므로 판사들은 이 '근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기-승-전-헌법'이라고나 할까.

**<1> 존엄하게 죽을 권리 vs 생명을 보호할 의무: 김 할머니 사건**

현대의술의 발달은 한편으로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과정을 겪는 시간을 무한정 늘린 것이다.

죽음의 과정에 진입해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인위적으로 심폐기능을 대체하는 것을 '연명치료'라 한다.

김 할머니 사건은 우리나라 최초로 환자와 가족에게 '품위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한 사건이다.

최근에는 생명과 신체의 처분에 대한 자기

**<2> 주식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삼성 사건**

1996년 10월 삼성에버랜드 주식회사가 주식으로 전환할수 있는 권리를 지닌 전환사채를 헐값에 약 100억 원 가가이 발행했고, 그 대부분이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등 4명에게 배정되었다. 이들은 이를 바로 주식으로 전환해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가 되었다. 이로써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며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삼성전자가 삼성카드를, 삼성카드가 다시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는 순환형 지배구조 아래에서 이재용 등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승계할 수 있었다.

이어 1999년 2월에는 삼성SDS가 총 230억 원 가량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고, 이 역시 이재용 등 6인이 모두 양도받아 최대주주가 되었다.

일련의 행위는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신규 주식을 발행해 회사의 지배권을 장악해간 것과 별 차이가 없다. 미국에서는 반드시 기존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신주를 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없으므로 기존 주주인 쌔버린에게 신주를 배정하지 않을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쌔버린이 가지고 있던 원래의 지분은 희석되어 유명무실해진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여러 주에서 법원은 회사법상 회사의 이사는 주주들에게 '충실의무'를 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본 조달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배주주 축출과 경영권 탈취를 위해 시장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충실의무에 대한 위반이라 판단한 바 있고, 쌔버린은 이런 판단들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죄는 이득액을 기준으로 형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극적 손해, 즉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잃은 것도 배임죄로 인한 손해로 보는 우리 법제..

다수의견은 주주 배정 방식을 취한 삼성에버랜드 사건은 무죄이지만 삼성SDS 사건은 제3자배정 방식을 취했으므로 유죄라고 보았다. 이와 달리 반대의견은 삼성에버랜드 사건도 사실상은 제3자배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유죄라는 결론이었다.

주식회사는 17세기 초 설립된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 회사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통상적인 견해이다.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의 개정이다. 이 사건이 문제된 이후 2000년 12월 개정된 상증세법은 제40조에서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신종 채권을 통해 얻은 편법적 이익을 증여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으며, 나아가 2003년 12월 다시 개정된 법에서는 그 이익 자체를 증여재산가액으로 본다고 규정해 과세를 강화했다.

**<3>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인가: 포털사이트 명예훼손 사건**

"만일 공적 인물이 악의에 가득 찬 표현이라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 배심원들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피고에게 쉽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고, 이는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지나친 제한이 된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의 가장 엄중한 보호막도 극장에서 거짓으로 '불이야'라고 소리쳐 공황상태를 야기하는 사람을 보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명예훼손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법제는 두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민사상 책임뿐 아니라 형사상 책임까지 물을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상 책임을 묻는 제도는 거의 폐지되거나 사문화 되었다.

둘째는 허위가 아닌 '사실'을 밝힌 경우에도 명예훼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형법 제310조),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없는 때(형법 제309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70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또한 나중에 허위로 밝혀졌다 하더라도 표현 시점에서 그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적절하고 충분한 조사를 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살펴서 표현 행위자가 '진실이라고 믿고 표현하기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진실한 사실'과 마찬가지로 보아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 즉 의혹을 제기하거나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제시된다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그 경우에도 그 정황을 입증해야 할 책임은 표현 행위자에게 있다.

2008년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가 게시한 언론사 기사에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고 이를 여러 싸이트에 퍼 나른데 대해 포털 사업자 측의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었다.

미국은 1996년 통신품위법(The Communications Decency Act) 제230조를 제정해 '쌍방향 컴퓨터 서비스 제공자나 사용자는 제3자가 제공한 정보의 발행인이나 진술인으로 취급되어서는 안되며, 제공자나 사용자가 보기에 음란하거나 외설적이거나 선정적이거나 불결하거나 과도하게 폭력적이거나 타인을 괴롭히는 내용이거나 기타 이의를 제기할 만한 자료에 대해 그에 대한 접근이나 입수 가능성을 제한하기 위해 선의로 취한 자발적 행동에 대해서는 면책된다'고 규정했다.

이 후 이 법의 취지는 '쌍방향 컴퓨터 서비스 제공자가 발행인으로서 콘텐츠의 게재나 삭제, 보류, 내용의 변경 여부를 결정하는 등 전통적인 편집기능을 행사했더라도, 쌍방향 컴퓨터 서비스의 사용자가 수백만명에 이르며 이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방대하므로 서비스 제공자가 개개 메시지를 일일이 감시하여 문제될 만한 내용을 가려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며, 이들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우게 되면 오히려 게재할 수 있는 메시지의 숫자나 종류를 제한 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K군 사건**

**<5> 교육의 공공성 vs 사립학교의 자율성: 상지대 사건**

**<6> 성소주자의 기본권 vs 사회 통념의 한계: 성전환자 성별정정 사건**

**<7> 변화하는 전통과 장남의 권한: 호주제 폐지 이후의 관습법**

**<8> 환경의 가치 vs 대규모 국책사업의 가치: 새만금, 천성산, 4대강**

**<9> 출퇴근, 업무의 연장인가 아닌가: 출퇴근 재해에 대한 사회적 합의**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 역시 종래의 대법원 판결과 같은 태도를 유지하여, 비록 근로자의 출퇴근이 업무와 밀접하고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출퇴근 방법과 경로 선택은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고, 산재보험법에서 통상적인 방법과 경로에 의한 출퇴근 도중에 일어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이상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출퇴근 행위의 업무종속성을 강조했다. 출퇴근 행위란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주거지와 근무지 사이를 왕복하는 반복적인 행위로서,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의견은 대법원이 그간의 판례에서 휴게시간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장소가 사업장 밖인 경우에도 행위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를 판단해왔음을 지적했다.

한편 출퇴근 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 문제는 공무원과 비교해서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공무원은 통상적인 출퇴근 중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 공무원연금법 등에 따라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4조)

다수의견 측의 또다른 보충의견은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그 보험급여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재정적 여건을 갖추기 위해 보험료율은 얼마나 인상할 것인지 등에 관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 판결은 특이하게도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모두 현재 입법부와 행정부가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려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기대한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담고 있다.

이 사건이 던진 두 번째 문제는 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 국가의 재정운용을 고려해야 하는가이다. 국가재정제약론(예산기속론)과 국가재정무제약론(예산창조론)

**<10> 퇴직금은 무엇을 보장해야 하는가: 퇴직금 분할지급 사건**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6년 3월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철도상업화 중단과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벌인 4일간의 총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예측 가능한 파업은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단순파업에 대해 간행적으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해온 기존의 판례를 바꾼 판결이지었지만,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되었다. 당시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은 8명,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은 5명이었다. 비록 소수에 그쳐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반대의견은 근로관계의 특수성과 민법·형법이론의 일반성을 조화롭게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중요한 시사를 주는 것이었다. 그 일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노사관계는 다른 계약관계와 달리 근로자와 사용자 개인 간의 개별적 근로관계와 아울러 노동조합과 사용자를 당사자로 하는 집단적 근로관계를 상정하고 있다. (...) 집단적 근로관계는 국가의 간섭 없이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자치적 규율과 해결을 도모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며, 이러한 단체자치 역시 사적 자치의 다른 형태이다.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파업 등 쟁의행위는 근로자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서, 파업으로 인한 사용자의 법익 침해는 단체행동권 행사의 위헙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필연적인 결과로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계약관계에서 한쪽이 계약상 부담하는 채무를 불이행하는 등 계약의무를 위반해 상대방에게 손해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파업이라도 실질적으로는 근로자단체와 사용자 사이의 집단적 근로관계에서 근로자가단체가 의무를 불이행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퇴직금을 월급이나 일당에 포함해 분할 지급하는 약정은 주로 연봉제 계약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의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그동안 대법원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퇴직금 분할 약정을 맺고 그에 따라 퇴직금을 미리 지급해왔더라도 무효라고 판단해왔다. 우리나라의 퇴직금제도는 후불적 임금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급속히 노령화되어가고 있음에도 근로자의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미약한 상황에서 퇴직금 분할 약정이 이루어진다면 퇴직금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퇴직금 중간정산이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첫째, 근로자의 명시적인 요구가 있어야 하고, 둘째, 중간정산 대상이 되는 기간이 장래 근로할 기간이 아니라 이미 근로한 기간만이어야 한다.

총사원회의를 통해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자 개인별로 사용자와 협의를 거쳐 퇴직금을 포함한 연봉 총액을 정하고 연봉계약서에 그 액수를 명시했으며, 연봉 지급 방법에 대한 설명 뒤에 근로자가 자필로 서명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에 대해 하급심 판결은, 구 근로기준법 제34조 제3항의 '근로자의 요구'는 단순히 연봉계약서에 포함되어 있거나 근로자가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등 소극적·묵시적인 방법이 아닌 적극적·명시적인 방법이어야 하므로 이 사건의 경우는 그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해당 연도에 발생할 퇴직금을 그해의 월급에 미리 나누어 지급하는 방식으로 분할 지급이 이루어졌으므로 '이미 근로한 기간'이 아닌 장래의 근로기간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어서 적법하지 않다고 보았다. 대법원도 하급심의 이와 같은 판단을 별다른 의견 없이 받아들여서 이 사건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용자가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해 지급한 돈이 퇴직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과연 이 돈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대법원 판결에서는 부당이득이라는 견해와 임금이라는 견해가 갈렸다. 다수의견은 부당이득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댓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며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사용자가 지급 의무를 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맺은 계약 가운데 퇴직금 부분은 무효이므로 나머지만 임금이 되고 무효인 부분은 부당이득이 된다는 논리다. 반대의견은 이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의 댓가'로 지급하는 돈은 '그 명칭이 어떠하든' 임금의 일종으로 보아야 하므로 퇴직금 명목으로 주었더라도 임금이 된다고 주장했다. 무효인 것은 퇴직금 명목이라는 것일 뿐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것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판결 이후에 나온 다른 대법원 판결을 보면, 퇴직금 분할 약정이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해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면 이를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퇴직금 명목으로 이미 지급된 돈이 부당이득이라는 다수의견에 따라 이미 지급된 돈과 근로자가 받아야 할 퇴직금을 상계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다수의견도 밝히고 있는 것처럼, 원칙적으로 임금은 상계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의 지급방법에 대해 직접급, 전액금, 통화급, 정기급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다만 기존의 판례에서는 계산 착오 등으로 실제 지급해야 할 임금보다 많은 임금이 지급된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상계가 허용된다고 해왔다. 다만 근로자의 생활 보장을 위해 민사집행법 제246조에서는 퇴직금 등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압류가 금지되어 있고, 압류금지채권은 민법 제497조에 의해 상계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삼아 퇴직금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상계를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2는 상계 자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사건은 계산 착오로 임금이 초과 지급된 경우와는 법률적 성격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노동부는 퇴직연금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2년 7월 이후에 신설된 사업장에는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어렵게 만드는 등 퇴직급여법을 개정하여, 최근까지 120만 명이 가입하고 적립금이 100조원을 돌파했다.

개정법과 시행령에 의하면 퇴직금 중간정산은 1)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2)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주거를 목적으로 전세금이나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3) 근로자, 근로자의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이 질병 또는 부상으로 6개월 이상 요양하는 경우, 4) 중간정산 신청일로부터 역산하여 5년 이내에 근로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5) 중간정산 신청일로부터 역산하여 5년 이내에 근로자가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6)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여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 7) 천재지변 등으로 피해를 입등 등의 사유에 한해서만 가능하게 되었다.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COUPANG

www.coupang.co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