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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우리 음식의 언어 : 국어학자가 차려낸 밥상 인문학

by Whatever it is, it matters 2022. 6. 6.

# 우리 음식의 언어: 국어학자가 차려낸 밥상 인문학

독서일: 2016/10/28 오후 2:04
비고: 2016년 10월 28일 오후 2:04
작가: 한성우
출판사: 어크로스

 


**1 쌀과 밥의 언어학**

집안의 웃어른이 드실 흰쌀밥이나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줄 흰쌀밥 한 그릇을 짓는 것은 며느리인 동시에 어머니인 이의 손에 달려 있다.

웬만한 부잣집이 아니면 보리를 섞어 밥을 지었으니 쌀밥 한 그릇을 따로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커다란 가마솥에 한 그릇의 밥을 따로 지을 수는 없다. 슬기로운 며느리 혹은 어머니는 솥 한가운데에 소복하게 흰쌀만 두고 그릇을 덮은 뒤 나머 잡곡 쌀과 함게 밥을 짓는다.

가운데서 따로 퍼낸 흰쌀밥 한 그릇은 주인이 따로 있으니 나머지 식구들은 부러운 눈길만 보낼 뿐이다.

집안에 며느리를 들이는 것은 온갖 궂은일을 떠맡길 사람이자 새로운 노동력을 생산해낼 사람을 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들어온 며느리가 온갖 설움을 당하다 다시 시어머니가 되어 며느리를 괴롭히게 되지만 그것은 성품이 못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없는 살림을 이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며느리에 대한 원천적 증오가 이 풀꽃의 이름에 녹아 있는 것이다. 며느리밥풀꽃도 마찬가지다. 꽃에 붙은 밥풀을 며느리가 나중에 먹으려고 몰래 붙여놓았다고 본 것이다.

 

 


**2 '집밥'과 '혼밥'사이**

주먹밥 한 덩이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막장에서 하루 종일 중노동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가장 간절히 생각난 것이 흰쌀밥이다. 여기에 쇠고기 양지를 푹 삶아 국물을 내어 무를 나박나박 썰어 놓고 양지를 결대로 찢어 듬북 올린 고깃국이면 금상첨화다.

본래 밥은 집에서 먹는 것이어서 '집밥'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었는데 '식당밥'이 워낙 흔해지다 보니 새롭게 '집밥'이란 말이 등장한 것이다. 이 말은 2016년 5월 사전에 올라 신조어에서 표준어가 되었다.

'혼밥'이란 말의 등장은 슬픈 현실을 말해준다. '혼밥'은 '혼자 먹는 밥'을 줄인 신조어다. 우리말의 일반적인 어법에는 맞지 않지만 그 의미가 명쾌해서 '혼술(혼자 먹는 술)'과 같은 자매어도 만들어지고 있다.

세상이 변하면 말도 변한다.

 


**3 숙맥의 신분 상승**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일컬을 때 '숙맥'이라 한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콩'과 '보리'인데 본래 콩인지 보리인지 분별하지 못한다는 뜻의 '숙맥불변'에서 온 것이다.

국수와 라면에 대한 인상은 세대마다 다르다. 젊은 세대들은 '밥 먹기 싫을 때' 먹는 별식 정도로 여기지만 나이 든 세대들에게는 '밥이 없을 때' 먹는 대체식이다.

콩의 일종인 녹두를 같은 방법으로 기른 것은 '숙주나물'이라고 한다.

'미싯가루'라고도 하는 이것은 찹쌀, 멥쌀, 보리쌀을 쪄서 말린 후 다시 볶아 가루로 만든 음식이다.

 


**4 빵의 기나긴 여정**

음식이나 그 재료의 이름을 살펴보면 원산지를 알려주는 힌트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이름의 앞머리에 있는 양, 왜, 청이 그것이다. '양'은 '서양'에서 한 글자를 딴 것이니 서구에서 온 것을 뜻하고, '왜'와 '청'은 각각 일본과 중국의 것을 뜻한다. '양배추', '왜간장', '청국장' 등에서 그 쓰임을 찾아볼 수 있다. '호' 또한 만만치 않은 쓰임을 발견할 수 있다.

'호떡', '호파', '호밀'뿐만 아니라 '호주머니', '호북', '호적', '호금' 등에서 다양한 쓰임을 볼 수 있다. '호'는 본래 오랑캐란 뜻이지만 청나라, 나아가 중국을 뜻한다. 그러니 이러한 예들은 모두 중국에 기원을 두고 만들어진 이름들이다.

중국에서는 굽지 않은 빵은 '만터우'라 하고 서양식으로 오븐에 구운 방은 '몐바오'라고 하여 구분한다.

We want bread, and Roses too!

"우리는 빵을 원한다. 장미 또한 원한다." '세계 여성의 날'의 기원이 된 1908년 뉴욕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 구호다. 빵이 없으면 살 수 없으나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5 가늘고 길게 사는 법**

국수의 가장 큰 특징은 가늘고 길다는 것이다. 가늘고 길기대문에 익히기도 쉽고 양념이나 간이 골고루 묻는다. 게다가 독특한 식감을 느낄 수 있으니 꽤나 고급스러운 음식이다.

귀하던 국수가 밀가루가 흔해지고 공장에서 만든 면이 팔리면서 사구려 음식으로 바뀐다.

한자에 갖다 붙이는 어원 설명이 대개 그렇듯 신뢰할 수 없다.

밀가루 반죽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든 것을 총칭해 '파스타'라 한다. 그중에 길게 뽑아낸 것, 우리로 치면 국수처럼 뽑아낸 것을 '스파게티'라 구별해 부른다. 스파게티는 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스파고spago'에서 왔다.

냉면은 사투리도 없어서 전국 어디에 가도 똑같이 냉면이라 불린다. 다만 두 종류의 냉면이 지역 혹은 만듦새에 따라 구별된다. 함경도식 냉면, 즉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이다. 전분을 많이 섞어 가늘고 질기게 뽑아낸 면을 갖은 양념을 한 장에 비벼 먹는다. 평안도식 냉면, 즉 평양냉면은 물냉면이다. 메밀을 주재료로 해서 조금 굵게 뽑아내어 동치미 육수나 고기 육수에 말아 먹는다. 면 위에 올려지는 고명은 비슷하지만 함흥냉면에는 가자미회가 올려지기도 한다. 함흥냉면은 면발이 질겨 가위로 미리 자르기도 하지만 평양냉면은 이로도 뚝뚝 끊어지니 가위질이 필요 없다. 이처럼 두 음식이 차이가 많지만 차게해서 먹는다는 점 때문에 모두 냉면이라 불린다.

북쪽에 냉면이 있다면 남쪽의 강원도 산간에는 막국수가 있다. 막국수는 평양냉면과 마찬가지로 메밀을 주재료로 해서 만든다. 그러나 당연히 메밀의 주산지인 강원도에서 발달된 국수가 막국수다.

'라면'하면 우리는 인스턴트 라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중국 서북 지역에서 발달한 국수를, 일본 사람들은 각기 고유한 방식으로 끓여낸 라면을 떠올린다.

 

 


**6 국물이 끝내줘요**

세 나라 사람들 모두가 쓰고 있으니 적어도 동아시아에서 젓가락은 그리 특이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밥상에서 더 특이한 것은 바로 숟가락이다.

'국'은 영어로 '수프Soup'로 번역되는데 ' 수프'와 '국'은 엄연히 다르다. '찌개'는 스튜'stew'로 번역되는데 재료가 조금 달라서 그렇지 조리법이나 모양새는 비슷하다. 그러나 찌개는 건더기 뿐만 아니라 국물 맛도 중요한데 스튜는 건더기에 더 비중을 둔다. '전골'은 우리말에서도 정체가 불분명하니 영어로 옮기기는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처럼 다양한 국과 찌개가 발달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국물'은 말 그대로 '국의 물'이다. 국물은 물의 맛이라기보다는 재료의 맛이다. 어떤 고기와 야채들을 넣어서 끓였는가, 혹은 어떤 장을 풀어서 끓였는가에 따라 그 맛이 결정된다.

 


**7 푸른 밥상**

'김치'는 그 본질에 가장 충실한 이름인 것이다. 소금에 절여서 저장성도 높이고 짭조름한 맛도 더한, 그리고 발효가지 일으켜 시큼한 맛까지 더해진 그런 음식이 된 것이다.

동치미를 담글 때나 배추김치의 소를 만들 때는 무의 뿌리 부분만 쓰기 대문에 푸른 잎 부분인 '무청'은 잘라낸다. 무청을 잘 말리면 시래기가 되는데 비타민이 부족한 한겨울에 좋은 반찬이 된다.

**8 진짜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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