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름 괜찮은 조합, 짭벤져스
오늘 아침, 오랜만에 조조로 극장을 다녀왔다. 제목 옆에 괄호처럼 붙은 별표()가 자꾸 눈에 밟히던 <썬더볼츠>. 처음엔 단순한 디자인인 줄 알았는데, 다 보고 나니 그 별표가 의미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이 영화는 말하자면 'MCU의 비주류 캐릭터들'이 모여 어벤져스 흉내를 내보는 이야기다. 아니, 흉내라고 하기엔 좀 미안하고... 제대로 팀이 되기엔 아직 거리가 있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여정을 함께한다.
등장하는 캐릭터들 면면도 꽤 흥미롭다.
'블랙 위도우'에서 존재감을 보였던 옐레나(플로렌스 퓨),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버키 반스(세바스찬 스탠),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 투명 인간 고스트, 아직도 캡틴 코스프레하는 워커.
이들이 한데 모여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 과정이 다소 삐걱거리긴 해도, 그런 어설픔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캐릭터들이 만드는 웃음과 감정
초반엔 솔직히 좀 지루했다. 특히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에게 너무 많은 분량이 할애되다 보니, ‘버키는 왜 나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 정작 팀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까지는 흐름이 단조롭고 정치 드라마 같은 느낌도 살짝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영화의 진짜 매력이 드러난다. 팀원들 사이의 ‘케미’다. 마블 특유의 유쾌함이 살아있는 장면들이 몇 개 있다. 옐레나와 고스트가 워커를 놀리며 손잡는 장면이라든가, 레드 가디언과 버키가 슈퍼 솔저 얘기를 하며 조용히 끈끈함을 나누는 순간들.
그중에서도 옐레나가 워커의 헬멧을 두고 “모자 어쩌구” 하는 장면은 진짜 관객들이 피식할만한 타이밍이었다. 이렇듯 캐릭터들이 인간적인 모습을 보일 때 영화는 진짜 살아난다.

가장 깊었던 장면들 – 밥과 더 보이드
그런데 이 영화의 중심은 의외로 센트리로 변해가는 밥(루이스 풀먼)이다. 그는 정신적인 불안, 고립감, 우울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그 표현이 꽤 진중하고 설득력 있다. 마블 영화에서 이런 무게감을 가진 인물이 이 정도로 중심에 놓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특히 ‘더 보이드(The Void)’라는 그의 어둠은 단순히 적대적인 힘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의 감정처럼 느껴져서 더욱 인상 깊었다.
옐레나와 밥이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정서적 하이라이트다. MCU 특유의 스펙타클이나 우쭐대는 대사가 아닌, 조용히 침잠하는 슬픔과 공감이 스크린 위를 채우는 순간. 이 영화가 진짜 힘을 발휘하는 건 그런 조용한 감정선이다.
미완의 리듬, 어색한 균형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유쾌하고 빠른 템포를 노린 듯한 대사와 장면들이 중간중간 등장하지만, 리듬감이 뚝뚝 끊긴다. 웃기려다 실패한 장면도 있고, 어두운 분위기와 유머 사이에서 중심을 못 잡고 휘청이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특히 후반부 클라이맥스 즈음엔 억지로 웃음을 끌어내려는 느낌이 들어서 몰입이 깨지기도 했다.
게다가 팀이라는 느낌이 마지막까지도 잘 안 든다. 각자가 고유한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묶이기보다는 따로 노는 느낌이랄까. 물론 후속편이 있다면 그걸 해결해줄 수 있겠지만, 이 영화만 놓고 보면 완성도 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 괜찮은 우울함, 아직은 별표(*)
전체적으로 <썬더볼츠*>는 MCU에서 보기 드문 분위기의 영화다.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마블 특유의 유머를 억지로 끼워 넣는 대신 캐릭터들 간의 감정에 집중하려고 한다. 완전히 성공했다고 말하기엔 무리지만, 적어도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시도만큼은 진심이었다고 느껴진다.
나는 이 팀이 어벤져스가 아니란 걸 안다. 그리고 영화도 그걸 인정한다. 그래서 별표()가 붙어 있다. ‘정식 팀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될지도 몰라’라는 의미처럼. 나 역시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갈지 궁금해졌다. <썬더볼츠>는 그런 의미에서, 나쁘지 않은 첫걸음이었다.
쿠키는 두 개.
이정도만 만들어도 마블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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