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말하기 / 김하나 에세이
언젠가 친한 친구와 술을 마시며 늦도록 얘기를 하던 중에, 내가 예전에 했던 얘기를 다시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 이 얘기 내가 너한테 하지 않았던가?"라고 물으니
친구가 "응, 했어"한다.
"왜 말 안 해줬어? 지겹잖아, 들었떤 얘기. 이러다 나 나이들면서 했던 얘기만 하고 또 하게 되면 어떡하지? 무섭네."
나는 이때 친구가 취해서 어눌한 말투로 했던 대답을 잊지 못한다.
"야...... 그러면 좀 어떠냐?"
그 말이 그렇게 따뜻하고 고마울 수 없었다.
한 번은 시처럼 살아야 한다 / 양광모
비 좀 맞으면 어때
햇볕에 옷 말리면 되지
길가다 넘어지면 좀 어때
다시 일어나 걸어가면 되지
사랑했던 사람 떠나면 좀 어때
가슴 아프면 되지
살아가는 일이 슬프면 좀 어때
눈물 흘리면 되지
눈물 좀 흘리면 어때
어차피 울며 태어났잖아
기쁠 때는 좀 활짝 웃어
슬플 때는 좀 실컷 울어
누가 뭐라하면 좀 어때
누가 뭐라해도 내 인생이잖아
멀리 가는 물 /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인생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뿐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 알랭 드 보통
난 깨달았어.
모든 것은 결국 어느 정도는
'그러면 좀 어때'라는 것을.
오늘 할 일을 다 못했어, 그럼 어때
차가 잘 안 나가, 그럼 어때
부모님은 날 별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럼 어때
무슨 말인지 알겠지?
해방되는 기분이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내 방식이 될 거야
조영래 변호사가 아들에게 보낸 엽서
(엽서 반댓면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우람하게 서 있었다.)
"앞의 사진은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다. 아빠가 어렸을 때는 이 건물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었다.
아빠는 네가 이 건물처럼 높아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이 되거나 제일 유명한 사람, 높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작으면서도 아름답고,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건물이 얼마든지 있듯이 - 인생도 그런 것이다.
건강하게, 성실하게, 즐겁게, 하루하루 기쁨을 느끼고 또 남에게도 기쁨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실은 그것이야말로 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처럼 높은 소망인지도 모르겠지만"
칼세이건 / 창백한 푸른점pale blue dot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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