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함1 한강 장편소설, 채식주의자, 처연함 슬프게도.. 한강 작가의 소설 이제 조금 읽어보는데"처연함"이 제일 큰 감상으로 다가온다. 아내는 칼자국이 선명한 왼손으로 자신의 이마에 쏟아지는 햇빛을 가렸다."...... 그러면 안 돼?"나는 아내의 움켜쥔 오른손을 펼쳤다. 아내의 손아귀에 목이 눌려 있던 새 한마리가 벤치로 떨어졌다. 깃털이 군데군데 떨어져나간 작은 동박새였다. 포식자에게 뜯긴 듯한 거친 이빨자국 아래로, 붉은 혈흔이 선명하게 번져 있었다. 처연하고, 모골이 송연하고 저릿저릿하다. 그러나 그보다 선명하고 섬뜩하게 기억되는 것은 그 순간 터져나온 처제의 비명소리였다. 고깃덩어리를 뱉어낸 뒤 과도를 치켜들고 그녀는 가족들의 눈을 차례로 쏘아보았다. 흡사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그녀의 눈은 불안정하게 희번덕이고 있었다.이제는, 그녀가.. 2024. 11.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