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질랜드 의회 하카 사건, 그 뒤에 숨은 이야기
2024년 말 뉴질랜드 정치권에서 벌어진 ‘하카 시위’ 사건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은 마오리 원주민과 뉴질랜드 정부 간의 오랜 긴장, 조약 해석에 대한 첨예한 갈등이 정면 충돌한 순간이었죠. 오늘은 이 논란의 법안, 그에 맞선 하카 시위, 그리고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정리해봅니다.
1. 사건의 발단: '조약 원칙 법안(Treaty Principles Bill)'
2024년 뉴질랜드 연정 정부의 일원이 된 액트당(ACT Party)은 와이탕이 조약(Treaty of Waitangi)의 원칙을 재정의하려는 '조약 원칙 법안'을 발의합니다.
이 법안은 조약의 "파트너십" 개념을 삭제하고, 모든 국민을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평등 원칙을 내세우며 마오리 권리에 대한 법적 해석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로 평가받았습니다.
이 법안은 마오리 사회 전반에서 격렬한 반발을 일으켰습니다. 단순한 법안이 아니라, 뉴질랜드 건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도전이었기 때문이죠.
2. 의회에서의 저항: 하카와 법안 파쇄
2024년 11월 14일, 테 파티 마오리(Te Pāti Māori) 소속의 하나-라위티 마이피-클라크(Hana-Rawhiti Maipi-Clarke) 의원은 법안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표시하며, 의회 본회의장에서 전통 하카(Haka)를 선보이고 법안 사본을 찢는 시위를 감행했습니다.
그녀의 행동은 의회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어 24시간 출입 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그 시위는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고, 하카의 정치적 힘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같은 날 노동당의 피니 헤나레(Peeni Henare) 의원도 하카에 동참했으며, 그는 “의회 규칙은 위반했지만, 행동은 정당했다”고 밝혔습니다.
3. 그 후속 상황: 청문회와 위원회 권고
이 사건에 참여한 의원들은 2024년 12월 10일, 뉴질랜드 의회 특권위원회(Privileges Committee)에 회부되었습니다.
이 중 피니 헤나레 의원은 2025년 3월 13일 출석하여 사과했고, 위원회는 “그의 행동이 질서에는 어긋났지만 모욕적이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반면, 테 파티 마오리 소속 의원들은 청문회를 ‘캥거루 법정’이라며 거부하고 독립적인 대안 청문회를 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식 청문회에는 불참했죠.
4. 현재 진행 상황: 법안 폐기 권고, 그러나 아직은 진행 중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2025년 4월 4일, 의회의 사법위원회(Justice Select Committee)는 해당 법안에 대해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식 권고를 발표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충분한 공론화 없이 발의된 점
- 사회적 통합에 해로운 영향
- 대다수 국민과 마오리 커뮤니티의 강한 반대
하지만! 아직 법안이 공식적으로 폐기되지는 않았습니다.
위원회의 권고는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최종 결정은 정부와 국회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즉, 현재는 ‘보류 상태’인 셈이죠.
🔚 정리하며: 단순한 시위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의회 내 시위’로만 볼 수 없습니다.
이는 식민주의, 원주민 권리, 국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순간이었습니다.
하카는 뉴질랜드의 문화 유산이지만, 동시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저항과 존엄의 상징입니다.
앞으로 이 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뉴질랜드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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