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한번, 몬테크리스토 백작 작품을 펼쳐 든다.
내 최애 소설,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이 작품은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역사와 철학, 예술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오늘은 아래의 한 문장에 주목해 보려 한다.
그때 눈에 뜨인 다르미 양의 모습은
외제니와 나란히 앉은 채
문틀을 배경으로 그 한가운데 얼굴이 드러나 있어서
마치 독일 사람들이 곧잘 그리는 활인화와도 같았다.
뛰어난 미인이라기보다는 상당히 귀염성 있는 얼굴이었다.
요정과도 같이 가냘픈 체구에,
금발인 굽실굽실한 머리카락이 너무 긴 듯이 목덜미에 늘어져,
페르지노가 그린 성모 마리아 상 같은 모습이었고
눈에는 피로한 기색이 엿보였다.
이 짧은 문장 속에도 뒤마의 세밀한 감각과 예술적 안목이 담겨 있다.
독일의 활인화 - 종교적 감성과 사실적 표현
먼저 눈에 띄는 표현은 ‘독일 사람들이 곧잘 그리는 활인화’다.
활인화(Lebensbilder)는 독일에서 중세 및 르네상스 시대에 유행한 종교적 삽화나 판화로,
성경의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그림들은 신앙심을 강조하면서도 세밀한 필치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대표적인 예로,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성경 삽화들이 있다.
뒤러의 판화 작품들은 인물의 고뇌와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며,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준다.
뒤마가 묘사한 인물 역시, 단순한 미인이 아니라 독일 종교화에서 볼 수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띠고 있다.
그녀의 모습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내면의 감정을 투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페르지노의 성모 마리아 – 부드러운 선과 신비로운 분위기
다음으로 언급된 화가는 ‘페르지노’다. 피에트로 페르지노(Pietro Perugino, 1446~1523)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로,
부드러운 색채와 조용한 분위기의 종교화를 많이 그렸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성모 마리아’ 그림들이다.
페르지노의 성모 마리아 상은 일반적으로 온화한 표정과 부드러운 색감, 조화로운 구도를 특징으로 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인물의 움직임이 절제되어 있고, 신비롭고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는 독일 활인화의 사실적이고 극적인 묘사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뒤마가 묘사한 인물은 단순한 미의 기준을 넘어, 두 가지 회화적 요소가 결합된 형태다. 독일 활인화의 신비롭고 종교적인 분위기, 그리고 페르지노의 성모 마리아 같은 부드러움과 고요함. 이 둘이 만나면서 그녀의 외모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서, 하나의 회화 작품처럼 형상화된다.
문학과 회화의 조화
뒤마는 단순히 인물의 외형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요소를 가미하여 독자가 더욱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 한 인물을 설명하는데도 독일의 활인화, 페르지노의 성모 마리아라는 두 가지 예술적 흐름을 연결하여 묘사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문학은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다양한 예술적 요소와 결합할 때 더욱 깊은 감동을 준다. 앞으로도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문장을 곱씹으며 그 속에 담긴 예술적 의미를 탐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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