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한 없이 미숙한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 엄브렐라 아카데미(스포가득)
두둥~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시작하면 나오는 오프닝 소리가 있죠.
두둥~ 그 소리와 넷플릭스 로고를 보면, 딱히 재밌을거 같진 않지만 그래도 적당한 재미는 보장된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래도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디 한번 봐볼까라는 자세를 가지게 됩니다.
이번에 제가 보게 된 미드는 엄브렐라 아카데미입니다.
이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좀 우스워요. 엘런 페이지가 엘리엇 페이지가 되었다는 뉴스꼭지에 '그럼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 3는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댓글이 달렸거든요.
응? 엄브렐라? 그게 머지 하다가 흘러들어오게 된거 였습니다.
그럼 감상평은요? 대박입니다. 취향 저격 완전입니다. 그래서 3일만에 시즌1, 2를 다보게 되었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신선함. 캐릭터성. 상상력의 시각화가 그대로 들어가 있거든요. 거기다 불완전한 인간성까지.. 이걸로 모자란지 가족애까지 제가 좋아하는 건 다 들어있네요 ㅎㅎ
그래서 정말 '나의 아저씨' 이후로 이렇게 빠르게 몰아본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즌2까지 마무리했습니다.
1. 특별한 가족 이야기
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1은 1989년 과거에서 시작됩니다.
특별하게 단 하루만에 임신하고 태어난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가운데 7명을 괴상한 억만장자가 입양하면서 시작됩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이 아이들은 7명의 영웅 아니 무기로 키워졌죠. 아니 6명인가. 넘버7은 언제나 소외당합니다.
괴상한 억만장자 레지널드 하그리브스Reginald Hargreeves. 엄브렐라 아카데미 7남매의 양부이자 아카데미의 창립자이죠. 얼마나 돈이 많은지 첫째인 넘버1을 4년간 달에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재력입니다. 말이 안되는 수준의 부입니다 ㄷㄷㄷ.
단안경monocle과 중절모가 트레이드 마크죠.
어쨌든 이 아저씨가 등 7명을 지구를 지키는(?) 영웅으로 키우는 도중에..
넘버6 벤 하그리브스가 사망하게 되고, 얼마 후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지게 됩니다.
그 와중에 넘버5는 행방불명이 되고요.
시간은 다시 현재 2019년입니다.
갑자기 이 억만장자가 사망하게 되어, 엄브렐라 아카데미 남매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모이게 됩니다.(불행의 시작?)
여기에 모이게 된 넘버1, 넘버2, 넘버3, 넘버4, 넘버7.
넘버5는 실종에 넘버6은 사망.
시작부터 7명이 다 모일수가 없는 상황.
그래도 5명의 남매가 모인 가운데, 아버지에 대한 추도식이 진행되죠.
넘버1 루서 하그리브스Luther Hargreeves. 캡틴아메리카가 되고 싶었지만, 먼가 2%부족한 캐릭터입니다. 넘버1으로서 가족의 리더가 되어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인물이죠. 능력은 슈퍼스트롱(Super Strong).
슈퍼파워라서 엄청날 줄 알았는데, 작품 내내 두드려 맞고(?) 곧잘 기절하고 피흘리고 그럽니다 ㅎㅎㅎ. 쎄긴 쎈데 약한... 거기다 어찌나 멘탈이 약하고 순진한지.... 그래도 미워할 수는 없는 덩치입니다.
넘버1 루서는 아버지 레지널드의 죽음이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넘버2 디에고를 의심하죠. 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형제를 만나자말자 의심하는 클라스..
넘버2 디에고 하그리브스Diego Hargreeves는 그걸 바로 눈치채고 바로 치고 박고 싸우죠. 그리고 가족 회의는 파행으로 치닫고, 아버지 추모를 위해 모였으나 왜 각자 따로 살게 되었는지 금방 유추할 수 있어요 ㅋㅋㅋ
넘버2 디에고의 능력은 슈퍼 비터(Super Bitter, 쓴맛? 뭐라고 해석해야하는 거야..) 궤도 조작 능력을 가졌어요. 표창이나 탄환 같은걸 그냥 휘게 하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막 이런걸 자유자재로 하더라구요. 배트맨 열화버전 같은 느낌이라 극중에서도 종종 넘버5가 불쌍한 배트맨이라고 놀려요 ㅎㅎ
시즌1에서는 짧은 머리였는데, 시즌2에서 장발로 되면서 간지캐가 되었습니다. 물론 바보짓도 종종하구요.
둘이 다투는 동안 넘버3 앨리슨 하그리브스Allison Hargreeves와 넘버4 클라우스 하그리브스Klaus Hargreeves 중재를 자주 하죠. 초반에는 넘버4가 정말 머 저런애가 다있지 싶은데, 가면 갈수록 간지캐가 되어요. 진짜 연기들 대박입니다.
넘버3 앨리슨 하그리브스는 슈퍼 페이머스(Super Famous), 겁나 유명한 사람입니다. 사실 I heard rumor that~ 요렇게 시작해서 자기가 원하는 말을 하면 마인드 컨트롤이 되는 정말 쌈빡한 능력을 가지게 되시죠. 넘버1, 2 능력은 늘 보아왔던 건데, 저는 진짜 넘버3, 4, 5의 능력이 너무 너무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앨리슨은 I heard rumor를 말하지 않고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게 나중에 목소리를 잃고 능력이 쓸수없는 거랑 연결되는 거에 소름 ㄷㄷ 어떻게 이런걸 촘촘히 짜놓을 수가 있지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넘버4 우리의 클라우스!!! 슈퍼하이(Super High) 되시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완전 뿅!이라니 ㅋㅋㅋ 진짜 처음에 얜 도대체 뭐야 싶었습니다. 하지만 얘랑 넘버5가 진짜 최고더라구요 ㅎㅎㅎㅎ 반전매력 쩔어요.
능력은 망자를 보는 것인데, 나중에는 망자와 접촉하기도 하고 빙의도 되네요. 죽은 사람이 눈에 보이는게 엄청난 스트레스인지 평소에는 술과 약에 쩔어 살아요. 그래서 슈퍼 하이(완전히 뿅갔다) ㅎㅎ 나중에는 점점 약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알고 보면 넘버4 클라우스 옆에는 넘버6 벤 하그리브스Ben Hargreeves 가 항상 붙어 다닙니다 ㅎㅎ 능력은 촉수를 불러내서 문어대마왕 같이되요.. 초반에 좀 징그러움. Super Dead. 어릴 때 작전 수행중에 분명히 죽었지만 클라우스가 장례식때 망자로 불러내서 클라우스만 보이는 영혼으로 매회 출연하죠 ㅎㅎㅎㅎ 둘이 케미가 진짜 좋습니다.
거기다 초능력자들 속에 능력이 없어서 무시당하고 없는 사람 취급당한 넘버7 바냐 하그리브스 Vanya Hargreeves 까지 모여서, 아버지의 죽음을 추모합니다. 물론 엄청 티격태격하지요. 개평범(Super Ordinary).
그러는 데 난데없이 하늘에서 시공간 포털이 열리고, 왠 꼬마 놈이 떨어지게 됩니다. 십수년전에 사라진 넘버5 No.5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게 된거죠. 이렇게 모든 남매들이 상봉을 하게 됩니다. 얘가 진짜 매력적이더라구요. ㅎㅎ 연기 참 잘합니다.
SUPER OLD. 애늙은이입니다. 시공간에 갇혀서 수십년을 살다가 다시 2019년으로 떨어졌는데 실종된 당시의 나이로 떨어지게 된거죠. 7.5를 0.75로 계산해서 시공간 계산식 오류가 생겼다나.. 결국 교복입은 58세 슈퍼 올드가 되죠.ㅎㅎ 이름도 없습니다. 능력은 텔레포트, 시간여행 능력자에 최고의 살인청부업자이자 싸움도 잘해요. 머리도 좋구요.
이렇게 다들 모였어요. 어릴때는 항상 다같이 모여 있었는데 다 성인이 되서 모이니까 서로 티격태격 엄청합니다.
2. 종말의 날End of World을 막아라!
처음에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모였는데, 알고보니 아버지 레지널드가 살해 당한 정황을 알게됩니다. 용의자는 어머니 그레이스Grace. 실존 인물이었는데 레지널드가 사후에 똑같이 생긴 로봇을 만들었죠.
남매들을 감시하기 위해 곳곳에 숨겨놓은 CCTV를 통해 아버지가 죽을때 응급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그레이스의 모습이 찍혔고, 이에 충격을 먹은 넘버2 디에고는 어머니의 전원을 눈물을 흘리면서 끊어버립니다. 어릴때 어머니와 아주 각별했던 그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공감 가더라구요.
그리고... 알고보니, 모든 것이 아버지의 계획이었던 것입니다!
엄브렐라 아카데미를 모두 모아 지구 멸망의 날을 막는 미션이 주어지죠. 넘버5는 시간여행을 통해 지구 멸망을 직접 경험했고, 이를 막기 위해 넘버1 손에 있던 인공 안구(눈알)를 단서로, 세계를 위협하는 사람을 찾게 되는데..
세부적인 에피소드들도 정말 재밌어요. 사실 줄거리보다 개별 에피소드가 더 재밌더라구요.
넘버1과 넘버3의 로맨스, 넘버4와 넘버6의 케미, 각 멤버들의 Shortage, 결핍된 영역에 대해 치유 또는 해결하는 스토리 등등이 정말 재밌습니다.
어쨌든 결국은 세계 멸망의 원인은 넘버5가 쫓던 인공 안구의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Super Ordinary 넘버7 바냐가 사실은 슈퍼 울트라 파워를 가진 최고 초능력자였고, 엑스맨의 피닉스처럼 각성을 하면서 소리를 매개로 파워를 증폭시키고, 날씨를 조작하고 엄청나게 큰 피해를 주는 존재가 되었고, 그게 지구멸망의 원인이 되죠.
시즌1은 그래서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에 넘버5의 시간여행능력으로 전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면서 시즌2로 넘어갑니다.
3. 다시 엄습하는 지구 멸망의 위기
시즌2는 각각 1961년부터 1963년 같은 장소, 다른 시간대에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다가 1963년에 모두 모여서 그들을 쫓아온 지구 멸망을 막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넘버1은 캡틴아메리카에서 엑스맨 울버린으로 바뀝니다 ㅎㅎ 케이지 배틀을 통해 연명하게 되죠.
넘버2는 배트맨 놀이하다가 정신병원에 갇혀요. 여기서 중요한 인물을 만나기도 하구요
넘버3는 흑인 인권 운동에 투신하게 되고
넘버4는 사이비 교주가 되어버리네요
넘버6는 여전히 넘버4와 붙어 있고
넘버7은 (본인이 지구를 멸망시켰다는) 기억을 잊은채로 시골의 한 농장에 신세를 지게 됩니다.
넘버5는 뒤늦게 1963년에 합류해서 모두를 모으게 되죠.
과거로 돌아가서 그들은 당시의 아버지, 어머니와 마주하게 되는데 이건 또 뭐 백투더퓨쳐 느낌이 물씬 풍기더라구요 ㅎㅎ 특히 넘버2가 어머니 그레이스를 만났을 때는 참.. 오묘한 감정이..
미국 역사의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던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을 배경으로 사건이 진행되는데, 케네디 대통령 암살을 막으면 세계 제3차 세계대전 핵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케네디 대통령은 암살당해야 하죠.
하지만 FBI 건물이 폭발하면서, 케네디는 살게 되고 소련의 보복이라고 생각하여 즉각 핵공격을 감행하여 세계가 멸망하게 될.. 뻔했으나, FBI건물 폭발 원인이 또 바냐(또냐?!)로 밝혀지면서, 엄브렐라 아카데미 넘버2, 3, 4가 바냐의 폭주를 막아냅니다.
또 멸망하는 줄... 이 와중에 넘버6 벤은 영원한 빛의 세계로 가게됩니다. 이렇게 헤어질 줄 알았으나, 시즌3에 시공간왜곡의 결과로 살아서 돌아오네요 ㅎㅎㅎ
4. 불완전한 영웅, 그리고 가족
전체 스토리는 뭐 지구멸망을 막는 가족의 스토리이지만,사실은 한 명 한 명의 불안한 개인들의 치유의 이야기로 보였어요.
넘버1 루서는 아버지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아버지에게 속아서 4년 동안 달 뒤편에서 미션을 수행하죠. 하지만 그 미션은 아무 의미없는 미션이었고, 그 결과를 아버지는 단 한번도 열어본적도 없습니다. 슈퍼파워를 지녔지만, 자기는 '중요한 미션을 해야 한다'라는 사명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수 없던 초라한 영혼을 가진 덩치에, 사고로 인해 유인원의 피까지 섞여져 버려 자존감이 정말 바닥을 쳤죠.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미션 지향적인 그는 한 단계 성장하게 됩니다.
넘버2는 영웅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죠. 불살의 배트맨처럼 초반에는 사람도 죽이지 않고, 자경단 활동을 하고, 영웅적인 면모를 발휘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거침없는 독설에 어릴때의 말더듬이로 돌아가는 모습도 보이고, 어머니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마침내 성장해서 영웅놀이가 아닌 가족과 사랑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넘버3는 능력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셀럽이 되었지만, 공허한 외로움속에 몸부림 칩니다. 사랑받고 싶어하고, 사랑하고 싶어하죠. 시즌1에서는 딸에 대한 집착적인 애정을, 시즌2에는 레이먼드와 흑인 인권 신장 운동에 집착하게 되죠. 시즌1에서는 전세계적인 유명세의 원천이었던 I've heard rumor를 자신이 애정했던 바냐에 의해 목소리를 잃게 되고, 시즌2에서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의심받고, 버림 받을 뻔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엄브렐라 아카데미 남매들에게 위로 받고, 세상을 구하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넘버4는... 약물중독자입니다. 귀신이 보여요. 그런 자신이 너무 싫고, 어릴때 아버지에 의해 공동묘지에 같힌 그 악몽 속에서 끝없이 고통스러워합니다. 술과 마약은 탈출구죠. 하지만, 계속 넘버6와 티격태격되면서, 운명의 연인인 데이브를 만나고 그를 죽음으로 떠나보내면서 넘버6와의 빙의를 통해 성장하게 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저 회피하고자 하던 성향에서는 여전히 시니컬하지만 세상을 구하는데 용기를 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크게 바뀐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 와중에 넘버6은 넘버4와 빙의하면서 '촉감'이라는 수십년만의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고, 바냐를 저지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빛으로 보내는 희생을 감수하게 됩니다. 두려웠다고 해요. 영원한 죽음인지 천국인지 모르는 빛으로 나아가기가. 그래서 넘버4 주위에 머물면서 지내왔는데, 가족을 위해서 자신을 던지게 됩니다.
넘버5는 이미 45년 이상을 혼자 살면서, 애늙은이가 되었어요. Literally 애늙은이지만 그러면서도 정말 혼자 많은 일을 겪으면서 고통속에 애늙은이가 되어버렸죠. 그리고 남의 믿지 않고,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과 자신이 세상을 구하는 The One으로서 모든 고난을 겪습니다. 하지만 점점 가족에게 의존하게 되죠. 결국은 넘버1이 계속 얘기하는 다 같이 모여서Sticking Together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를 통해 혼자가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돌로리스를 떠나보내는 것 역시 한단계 성장함을 묘사하는 것으로 보여요.
넘버7은 능력이 없어 소외받은 삶에서 자신을 인정해주는 레널드, 시시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감정의 증폭이 세상을 위기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이에 대해 괴로워합니다. 하지만 결국 넘버6 벤의 희생으로 폭주에서 돌아아고, 가족들과 함께 세상을 구하게 됩니다.(응?)
모든 팀원 하나하나가 무언가에 결핍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연대를 통해 그걸 극복하게 되죠.
그리고 희생하게 됩니다.
완전하지 않은 개인들이 세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연대하고 성장하고 위로 받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올해 강추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시즌1에서 그레이스가 충전을 위해 벽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의 쓸쓸함은 정말..
다양한 감정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드라마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