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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폭싹 속았수다 그 시절 그들의 역사, 대한민국의 역사

Whatever it is, it matters 2025. 3. 16. 09:16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가 다루는 시대적 흐름, 정치적 상황, 사회적 변화 등을 를 알아보겠습니다.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의 역사·정치적 배경

 

당시 정치 이념 및 사회 분위기의 드라마 반영

 

1950~70년대 한국 사회를 관통한 정치적 이념과 사회 분위기는 《폭싹 속았수다》의 스토리와 인물 성격에 다양하게 녹아 있습니다. 우선 가장 큰 이념적 흐름이었던 반공주의는 드라마의 보이지 않는 전제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제주 4·3 사건 이후 제주도민들은 오랫동안 정치적 발언을 삼가며 살아야 했습니다.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주민들 사이에 “말 조심하라”, 뒤에서 빨갱이로 몰릴라” 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이는 극 중 인물들의 태도로도 드러납니다. 예컨대 애순의 가족이나 이웃들이 과거사를 쉽게 이야기하지 않거나, 새로운 정권에 대해 수군거리면서도 공개적으로는 복종하는 모습은 당시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반공 이념의 내면화를 보여줍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할머니 세대의 “반항적 젊은 시절”이 회상된다면, 그것은 아마 4·3 사건이나 일제강점기 말기 독립운동 같은 당시의 저항 운동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제주 4·3에 가담하거나 동조했다가 숨죽이고 살아온 노인들이 많았는데, 극 중 할머니 캐릭터 박막천이나 다른 어른들의 과거 에피소드로 그러한 억눌린 기억이 암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드라마가 4·3 사건 자체를 직접 다루지는 않더라도, 산에 숨었던 적이 있다”, “누구누구는 그때 희생됐다”는 식의 대사나 암시를 통해 역사적 비극의 여파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권위주의적 사회 분위기와 그에 대한 세대 간 갈등이 드라마에 반영됩니다. 극 중 애순은 자신을 억누르는 집안 환경과 마을의 보수적 관습에 맞서 꿈을 키우는 인물입니다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 Wikipedia). 그녀의 아버지나 마을 어른들은 전통적인 가치관—예컨대 여자아이는 집안일을 거들고 일찍 시집가는 것이 효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학소녀 애순은 그런 기대에 순응하지 않고 자아실현과 사랑을 쫓는 “반항아”입니다 (폭싹 속았수다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이러한 갈등 구조는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정확히 반영한 것입니다.

 

1960~70년대에 실제로 젊은 세대는 교육 수준 향상과 도시화로 의식이 깨어나고 있었지만, 부모 세대는 전통과 국가에 대한 충성, 가부장적 질서를 중시했기 때문에 세대 충돌이 나타났습니다. 드라마에서 애순과 부모 사이에 다툼이 있거나, 관식과 애순의 관계를 둘러싸고 어른들의 반대에 부딪치는 전개가 있다면, 그것이 곧 당대의 보수적 사회 분위기 변화를 향한 청년들의 열망의 충돌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애국과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정신도 드라마에 투영됩니다. 박정희 시대의 교육과 사회 분위기는 개인보다는 집단, 자유보다는 질서를 강조했습니다. 학교에서는 국민교육헌장 암송을 통해 국가에 충성하고 근면할 것을 가르쳤고, 새마을운동 구호처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드라마 속 관식의 성실하고 순박한 캐릭터는 이러한 시대적 미덕을 체현한 인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매일 부지런히 일하고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나라면 나라, 가정이면 가정에 헌신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 Wikipedia). 

 

반면 애순은 개인의 꿈과 자유를 소중히 여기지만, 동시에 그녀도 힘든 현실을 견디며 가족을 돌보는 강인함과 책임감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 주인공은 당대 이념이 요구한 집단에 대한 헌신과 새로운 시대가 싹틔운 개인의 주체성을 각각 표현하며, 드라마는 이들의 사랑과 성장을 통해 조화로운 가치관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연대감과 공동체 의식도 당시 분위기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농사를 짓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온 동네가 나서서 돕는 모습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제 60~70년대 농촌 공동체의 삶과 다르지 않습니다. 예컨대 새마을운동 시기에는 온 마을 사람이 함께 토목 공사나 집 짓기 품앗이를 하곤 했고 (이마동-감귤 - Encyves Wiki), 친척이나 이웃 간의 정이 지금보다 두터웠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우리 마을”이라는 공동체의식, 그리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장면들은 당대 사회의 상부상조 정신 연대의 문화를 잘 보여줄 것입니다. 이는 현대 사회와 대비되는 아날로그 시절의 따뜻함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며, 동시에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혹독한 현실을 견뎌냈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함께 웃고, 함께 일하고, 함께 버텨낸 것).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문화와 예술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는 점도 드라마에 반영됩니다. 애순이 시를 쓰고자 하는 열망이나, 젊은이들이 음악과 춤을 즐기는 모습은 당시 숨통 트일 공간이 적었던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찾은 작은 해방구를 의미합니다. 1970년대 유신체제 하 검열이 심했지만 문학, 음악, 예술 활동은 은연중에 계속되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애순이 좋아하는 시구절을 혼자 읊조리거나, 관식이 몰래 라디오를 켜서 팝송이나 통기타 노래를 듣는 장면이 나온다면, 그것은 엄숙한 시대 분위기 속 피어난 낭만과 저항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밀한 설정들을 통해 작품은 당대 사회의 공기를 입체적으로 재현하며, 인물들이 처한 현실을 더욱 공감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폭싹 속았수다》는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 권위주의 통치, 그리고 산업화 속 변화 등이 뒤섞인 20세기 중반 한반도의 모습을 배경 삼아,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대의 이념과 분위기는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 갈등 구조 전반에 스며들어 있어, 시청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역사적 맥락을 느끼게 합니다.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 속 창작 요소 비교

 

《폭싹 속았수다》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등장인물과 사건 전개는 창작에 기반한 허구적 이야기입니다. 드라마가 다루는 굵직한 시대 흐름과 환경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합니다. 예를 들어, 애순과 관식이 성장하는 제주도의 경제 여건 변화(감귤 농장 확대)나 정치적 상황(군사정권 시절의 억압) 등은 앞서 살펴본 실제 사건·정책들과 맥을 같이합니다. 1960년대 후반 갑자기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도로가 놓이는 장면이 묘사된다면, 그것은 새마을운동 및 농촌 전기화 사업이 현실에서 추진된 시점과 부합합니다. 또 만약 드라마 속 인물이 “우리 대통령 각하”를 언급하며 군복 입은 지도자의 사진을 집에 걸어둔다면, 이는 박정희 집권기의 풍경과 일치하지요. 이렇듯 배경과 시대 상황은 사실적으로 그려지므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간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개별 사연과 사건 전개의 세부사항은 드라마적 허구입니다. 예컨대, 애순의 첫사랑과 결혼, 관식의 순정 어린 사랑이 수십 년에 걸쳐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에 따른 것입니다. 역사 기록에는 없는 이들의 로맨스와 모험이야말로 드라마의 창작 요소입니다. “아버지의 춤 일화”나 “할머니의 반항기” 같은 에피소드들은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여 창작된 에피소드들입니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역사교과서가 담지 못하는 개인의 삶의 모습을 풍부하게 그려냅니다. 시간의 압축과 조정도 창작상의 장치입니다. 실제로는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난 일들을 16부작 드라마 안에 담기 위해 사건의 순서를 각색하거나 가상의 지인을 등장시켜 여러 역사적 경험을 한데 묶어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인물이 겪는 경험에 1960년대의 일과 1970년대의 일을 섞어서 동시에 겪는 것으로 그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각색은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역사적 정확성보다는 극적 개연성에 무게를 둔 선택입니다. 다만 큰 시대 흐름 자체는 왜곡하지 않으면서, 세부에서는 허구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입니다.

 

대사와 언어에서도 사실과 창작의 조화가 보입니다. 드라마 제목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방언으로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았어요”에 가까운 뜻의 인사말입니다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 Wikipedia). 실제 제주도에서 어르신들이 쓰는 정겨운 방언을 제목으로 삼아 현실감을 살린 것입니다. 작품 속 인물들도 제주 사투리로 대화하는데, 이 역시 역사적 현실(제주 방언 사용)을 반영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방언을 사용하는 상황이나 말투의 강약 조절 등은 현대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약간 순화되거나 각색되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제주 방언은 지역마다 매우 달라 자막 없이는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지만, 드라마에서는 적당히 친숙하게 들리도록 창작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사실성과 시청자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창작상의 선택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는 인물들의 감정선과 관계를 부각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배경화면처럼 활용합니다. 실제 역사에서는 국가적 대사건이었을 한국전쟁이나 4·19혁명도, 극 중 인물들에게는 개인 삶의 배경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애순의 가정사가 한국전쟁의 영향으로 힘들어졌다고 설정되더라도, 드라마의 중심은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흩어진 가족을 찾아다니는 애순의 여정 같은 개인 서사에 맞춰질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인간 중심의 드라마로서 역사교육적 측면보다 감정 이입과 서사 전개를 중시하는 창작 방향입니다. 역사적 사실은 정확히 짚되, 이야기는 허구적으로 재구성하여 보다 극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종합하면, 《폭싹 속았수다》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뼈대 위에 창작된 드라마적 살을 붙인 작품입니다. 1950~70년대의 정치·사회 배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면서도, 개별 인물들의 삶과 사랑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사실에 기반한 공감 창작을 통한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며, 결과적으로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에게는 공감을,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감동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냅니다. 드라마는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폭싹 속았수다”라는 제목처럼 힘겨운 시절을 살아낸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와 감사의 헌사가 되고 있습니다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 Wikipedia).

 

 

 

시대적 배경과 주요 역사적 사건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두 주인공 오애순과 양관식의 모험 가득한 삶을 그린 드라마로, 이들의 젊은 시절이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와 맞물려 전개됩니다 (폭싹 속았수다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제주도는 한국전쟁 전후의 혼란과 제주 4·3 사건의 상흔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특히 1948년 발생한 제주 4·3 사건은 남로당 무장봉기와 이에 대한 군경 토벌 과정에서 2만 5천~3만 명에 달하는 제주 주민들이 희생당한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제주4·3평화재단). 이 사건은 1954년까지 이어지며 제주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드라마 속 제주 마을의 어른들이 겪은 “고난의 세월”로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1950년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한반도에서는 한국전쟁(1950~1953)이 발발해 전국이 폐허가 되었습니다. 전쟁은 1953년 휴전으로 멈추었지만, 남북 모두 2백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고 도시와 농촌이 황폐해질 정도의 파괴를 남겼습니다 (An Unpromising Recovery: South Korea's Post-Korean War Economic Development: 1953-1961 - 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제주도는 전쟁의 직접 전장이 되지는 않았으나, 본토의 피란민이 몰려오고 군사정권의 감시가 강화되는 등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제주 사람들은 삶을 이어가야 했고, 드라마 속 애순의 부모 세대는 바로 이 전쟁 직후의 어려운 시기를 살아낸 인물들로 설정됩니다. 드라마의 도입부에서 보여주는 옛 사진 속 배경웃음을 잃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은, 고단했던 당시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세대의 실제 삶을 반영합니다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 Wikipedia).

1960년대에 들어서면 실제 역사에서는 잇따라 민주화 운동과 정변이 일어납니다.

 

1960년 4월 19일에는 이승만 정부의 부정선거와 독재에 항거한 4·19 학생혁명이 발생하여, 경찰의 발포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봉기하였고 결국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및 망명하게 됩니다 (4·19혁명(四一九革命)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드라마에서는 어린 시절을 보낸 애순이 이 즈음 사회의 변화를 체험하거나 주변 어른들로부터 듣게 될 수 있습니다. 4·19혁명 직후 들어선 장면 요수의 민주정부는 오래가지 못했고,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소장이 주도한 5·16 군사쿠데타로 군부 세력이 정권을 잡습니다. 이 5·16 군사정변으로 장면 내각의 민주정부(제2공화국)가 무너지고, 박정희를 의장으로 하는 군사정부가 들어섰습니다 (May 16 coup - Wikipedia). 이러한 실제 역사적 사건들은 드라마 배경의 큰 줄기로 작용하여, 인물들의 삶에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설정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애순과 관식이 청소년기·청년기를 보낸 1960~70년대는 격변의 시기였기 때문에, 드라마에서도 주변 인물들이 “세상이 어수선하던 때”를 언급하거나 뉴스 소식이 흘러나오는 장면으로 시대감을 드러낼 것입니다.

 

또한 1970년대에 실제로 일어난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는 1972년 10월 유신체제 선포1979년 10·26 사태(박정희 암살), 이듬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이 있습니다. 드라마가 주인공들의 중년기까지 다루면서 이 시기를 배경으로 삼는다면, 유신 선포로 인한 사회적 긴장이나 박정희 대통령 시해 소식, 그리고 신군부 집권 초기의 분위기 등이 배경으로 언급될 수 있습니다. 다만 로맨스 드라마의 특성상 이러한 정치적 사건들은 직접적으로 상세히 묘사되기보다, 인물들의 대사나 상황 설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시 정치 상황과 사회적 변화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인 1950~70년대 대한민국은 권위주의적인 정치 체제와 급격한 사회 변화가 공존한 시대였습니다. 1950년대 이승만 정부(제1공화국)는 권위주의적 통치와 부정부패로 특징지어집니다. 이승만 정권은 장기 집권을 위해 부정선거와 정적 숙청도 불사했고, 1958년에는 국가보안법을 강화하여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탄압하였습니다 (An Unpromising Recovery: South Korea's Post-Korean War Economic Development: 1953-1961 - 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이러한 억압 통치로 국민 불만이 높아졌고, 앞서 언급한 4·19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애순의 가족이나 주변 어른들이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하고 숨죽이는 모습, 혹은 청년들이 정치 이야기를 하기 꺼려하는 모습 등이 그려질 수 있는데, 이는 당시 독재정권 하의 억눌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입니다.

 

4·19혁명 이후 잠시 등장한 장면 내각의 민주 정부(제2공화국)는 사회 전반에 자유와 개혁의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군부세력이 등장했습니다. 1961년 박정희 군사정권(제3공화국)이 들어선 후 정치 상황은 다시 권위주의로 돌아섰지만, 한편으로 정부는 경제 개발과 사회 현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1960년대 중후반 박정희 정부는 “조국근대화”를 기치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산업화를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사회적 변화로는 도시화와 산업화의 진전, 그리고 농촌의 인구 유출 등이 두드러졌습니다 (An Unpromising Recovery: South Korea's Post-Korean War Economic Development: 1953-1961 - 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4·19혁명(四一九革命)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교육 분야에서도 변화가 있어 1950년대 후반에 초등교육의 보급률이 크게 높아지고 1960년대에는 중등교육 확대가 이루어졌는데, 시골 출신 청년들이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얻으면서 신세대의 의식이 성장했습니다. 드라마 속 애순이 비록 가난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시인을 꿈꾸는 문학소녀로 그려진 설정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 Wikipedia)은, 당시 일부 청년들이 교육 기회는 부족해도 신식 지식과 문화에 대한 열망을 품었던 현실을 반영합니다.

 

 

1970년대에는 유신체제(제4공화국)가 등장하면서 정치적 억압이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은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고 비상계엄 하에 유신헌법을 선포하였습니다. 국회를 해산하고 모든 정치 활동과 언론 자유를 철저히 통제하여 사실상 일인 독재 체제를 구축했던 것입니다 (유신헌법 - 헌정 질서를 파괴한 종신 총통시대의 개막). 예를 들어 유신 선포 직후 발표된 계엄 포고령에서는 “정치 활동 목적의 옥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절 금한다”, “언론·출판 보도 및 방송은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유신헌법 - 헌정 질서를 파괴한 종신 총통시대의 개막).

 

이러한 억압적인 분위기는 드라마 속 젊은이들의 삶에도 그림자를 드리울 것입니다. 가령 애순이나 관식이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거나, 어떤 인물은 정권의 감시를 피해 은밀히 라디오를 듣는 장면 등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1970년대는 경제 성장과 생활 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진 시대이기도 합니다 (10월 유신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산업화로 직장이 늘어나고 도시 문화가 발달하면서 대중음악, 영화, 춤 등의 청년문화도 싹텄는데, 드라마에서 “아버지의 춤 일화” 같은 대목은 당시 젊은 세대의 유행 문화를 보여주는 에피소드일 것입니다. 실제 역사에서 1960년대 후반~70년대 초반에 미군문화의 영향으로 록앤롤과 트위스트 춤 등이 유행했고, 1970년대 후반에는 디스코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속 아버지 세대가 전통적인 틀을 깨고 춤을 추는 모습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새 문화를 받아들이던 청년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창작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인 면에서, 1950~60년대의 제주를 포함한 한국 농촌사회는 전통적 공동체유교적 가족주의가 강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남존여비 사상이 잔재하여 여성의 교육 기회가 제한되거나, 부모 세대가 정해준 결혼을 따르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애순이 그런 분위기 속에서 “요망진 반항아”로 묘사된 것은, 시대의 억압적 분위기에 맞서 자신만의 꿈과 삶을 찾으려는 젊은 세대의 도전 정신을 나타냅니다 (폭싹 속았수다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관식 캐릭터는 묵묵히 성실한 청년으로 그려지지만, 동시에 애순을 향한 순정과 헌신을 보이는 모습은 당시 남성들이 가지던 책임감과 순박함을 보여줍니다. 두 주인공의 이러한 성격 대비는, 사회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전통과 변화를 각각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산업화·근대화 시대를 거쳐 군부 독재 말기까지로,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합니다. 인물들의 개인사는 이러한 큰 역사 줄기 위에서 펼쳐지며, 드라마는 그 시대의 고난과 변화 속에서도 피어난 사랑과 희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대의 정부 정책 및 국제 관계

 

폭싹 속았수다의 배경이 되는 1950~70년대는 국내정치뿐 아니라 각종 정부 정책과 국제 관계의 변화가 한국 사회를 크게 흔들던 시기입니다. 우선 1950년대 후반 이승만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 원조에 의존하여 국가 재건을 도모했습니다. 한국전쟁 후 남한은 미국의 대규모 경제원조로 간신히 경제를 유지할 정도였고, 이승만 정권은 생존을 위해 친미 노선을 견지했습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대한민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냉전 체제에서 자유 진영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국제관계 속에서 반공 이념은 국가 최우선 정책이 되었고, 정부는 국민들에게 반공을 국시로 강요하며 내부 통제를 정당화했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에도 이런 반공 이념이 깔려 있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반공 교육을 받거나 마을 방송으로 반공 구호가 나오는 식으로 당대의 이념 교육 분위기를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는 경제 개발국가 안보 두 축에서 일련의 정책을 펼쳤습니다. 대외적으로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이뤄내 일본과 외교 관계를 맺고 경제협력자금을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과 차관이 포항제철 건설 등 산업화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또한 베트남 전쟁에 한국군을 대규모로 파병한 것도 중요한 국제정치적 결정이었습니다. 1964년부터 시작된 베트남 파병은 미국의 요청과 지원 약속에 따른 것으로, 한국은 약 32만 명의 젊은 군인을 1973년 철수 때까지 파견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으로부터 군사지원과 경제원조를 추가로 받을 수 있었고, 파병 장병들의 송금과 보상금이 국내 경제에 보탬이 되었습니다 (베트남 파병의 분석 - 네이버블로그). 드라마에서 직접 베트남전을 다루진 않더라도, 예컨대 관식 또는 마을 청년 중 누군가가 해외 파병 군인으로 차출되어 전쟁터로 떠난다는 설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 시골 청년들이 집안 형편을 돕기 위해 자원입대하거나 파병을 가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국제정세가 개인의 삶까지 영향 미쳤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될 것입니다.

 

국내적으로, 1960~70년대 정부 정책 중 농촌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토지개혁새마을운동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50년대 초 실시된 농지개혁으로 많은 소작농이 자기 땅을 갖게 되었고, 제주에서도 소작제의 잔재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 박정희 정부는 새마을운동을 전개하여 농촌 근대화 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마을 단위로 도로를 닦고 지붕을 개량하며 “잘살아보세” 구호 아래 생활환경 개선에 나선 것입니다 (이마동-감귤 - Encyves Wiki) (이마동-감귤 - Encyves Wiki). 특히 제주도 농촌의 경우 정부가 감귤 산업 육성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습니다.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제주에서는 쌀보리 증산 대신 수익성 높은 감귤 재배가 적극 장려되었고, 당시 100만 그루의 귤나무 묘목이 보급되어 대규모 감귤 과수원이 조성되었습니다 (이마동-감귤 - Encyves Wiki). 이어 1965년부터 감귤 재배 붐이 일자, 정부는 1968년부터 감귤 증식 사업을 농어민소득증대 특별사업으로 지정하고 저리 융자 지원을 실시하여 1969년부터 감귤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마동-감귤 - Encyves Wiki). 그 결과 1970년대 중반 즈음에 감귤은 제주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되었고, 제주도의 경제 구조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감귤 - 디지털제주문화대전). 드라마 제목이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준다면)로 영문표기될 정도로 감귤은 이 작품의 상징인데, 이는 곧 정부 정책을 통해 제주 주민들의 삶에 실제로 찾아온 변화를 의미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관식이나 애순의 가족이 감귤 농사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소득원으로 마을에 비닐하우스 귤밭이 들어서는 장면이 나온다면, 그것은 당시 정부의 감귤 육성 정책과 새마을운동의 영향을 반영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마동-감귤 - Encyves Wiki).

 

 

이 밖에도 1970년대에는 중동 건설근로자 파견과 같은 국제 노동력 송출 정책으로 많은 한국인이 해외에 진출했고, 석유파동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 국내 경제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10월 유신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이러한 국제경제 환경 변화도 드라마 배경에 간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후반 석유파동으로 생필품 값이 폭등했다든가, 정부가 절약 운동을 벌이는 모습 등이 묘사되면 당시 국제적 어려움이 국민 생활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요컨대,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는 정부의 경제개발 정책, 농촌 근대화 정책, 반공 이념 정책 등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냉전 하의 한미 동맹, 베트남전 참전, 한일관계 개선 등 굵직한 이슈들이 있었고, 이 모든 것이 제주 섬이라는 지역사회에도 직·간접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정책과 국제정세를 바탕으로 인물들의 생활상을 그리고 있어, 역사 속 개인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참고 자료: 역사적 사실에 관한 내용은 제주4·3평화재단 공식 자료 (제주4·3평화재단), 한국민족문화대백과 (4·19혁명(四一九革命)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위키백과 (May 16 coup - Wikipedia) (유신헌법 - 헌정 질서를 파괴한 종신 총통시대의 개막) 등에서 확인하였고, 드라마 설정 관련 내용은 위키백과 (폭싹 속았수다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 Wikipedia)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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