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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미키17과 데릭파핏 정체성 연속성 문제

Whatever it is, it matters 2025. 3. 3. 09:51

 

1. 데릭 파핏(Derek Parfit)의 개인 정체성 연속성 문제


데릭 파핏은 개인 정체성(identity)에 대한 전통적인 철학적 관점을 비판하며, 개인의 지속성이 필연적으로 '동일한 실체'를 유지하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1.1. 전통적 개인 정체성 이론과 파핏의 문제제기

일반적으로 우리는 개인 정체성을 '하나의 지속적인 자아'로 인식한다. 즉, 나는 어제의 나와 동일한 사람이며, 내일의 나도 여전히 동일한 사람으로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파핏은 개인 정체성이 물리적 혹은 심리적 연속성(continuity)보다 더 중요한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1.2. 테세우스의 배와 개인 정체성

파핏의 사고실험 중 하나는 "테세우스의 배" 개념과 유사하다. 만약 우리의 신체와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변화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동일한 존재인가?

인간의 육체는 세포 단위에서 끊임없이 교체되며, 10년이 지나면 신체의 대부분이 다른 물질로 대체된다. 그렇다면, '나는 여전히 나'라고 할 수 있는가?

기억과 경험이 지속적으로 쌓이고 변화하면서도 동일한 인격체로 간주될 수 있는가?


1.3. 파핏의 텔레포트 사고 실험

파핏은 더욱 급진적인 사고 실험을 제안했다.

1. 당신이 A라는 장소에서 텔레포트 기계를 사용해 B라는 장소로 이동한다고 가정하자.


2. 텔레포트 과정에서 기존 신체는 분해되고, B에서 동일한 형태로 다시 조립된다.


3. B에서 태어난 존재는 원래 당신과 동일한 기억과 성격을 지니지만, 물리적으로는 완전히 새롭다.


4. 그렇다면, B의 존재는 여전히 당신인가? 아니면 죽고 대체된 것인가?



파핏은 정체성이 실체적(實體的)으로 유지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즉, 심리적 연속성과 연결성만 유지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아'라는 것이 실체적 본질이 아니라, 심리적 연속성에 불과할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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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키 17에서 나타나는 개인 정체성 문제


영화 미키 17에서는 주인공 미키가 반복적으로 죽고, 새로운 복제체(clone)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파핏이 제기한 개인 정체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2.1. 미키의 복제 과정과 파핏의 텔레포트 실험의 유사성

미키는 신체적으로 새로운 개체로 태어나지만, 기존의 기억과 성격을 보존한다.

이는 파핏이 제시한 텔레포트 사고 실험과 유사한데, 원본이 사라지고 새로운 개체가 등장하지만, 심리적 연속성은 유지된다.

만약 A 미키가 죽고, B 미키가 기억을 그대로 계승한다면, B 미키는 여전히 원래의 미키인가?


2.2. 복수의 미키가 존재할 때의 문제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미키가 존재할 경우, "누가 진짜 미키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파핏의 관점에서 보면, 둘 다 원래 미키의 심리적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특정한 하나만이 '진짜'라고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만약 두 명의 미키가 독립적인 삶을 살면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면,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개체가 된다.


2.3. 미키의 죽음은 진정한 죽음인가?

미키는 반복적으로 죽지만, 기억이 보존된 새로운 개체가 등장한다.

만약 우리가 죽음을 '개인의 모든 기억과 경험의 소멸'로 정의한다면, 미키는 사실상 죽지 않는다.

하지만 물리적 육체는 명백히 파괴되므로, 기존의 미키는 철저히 사라진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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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데릭 파핏의 입장에서 미키 17의 정체성 문제를 진단한다면?


데릭 파핏이라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3.1. 미키는 '같은 사람'이 아니라 '연속적인 존재'이다.

원본 미키가 죽고 새로운 미키가 등장할 때, 두 미키는 물리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연속성이 유지되므로, '같은 사람'이라는 개념은 상대적인 문제일 뿐, 절대적인 진실이 아니다.

파핏은 개인 정체성을 실체적 개념이 아니라 심리적 연속성의 문제로 보았기 때문에, 새로운 미키도 동일한 개체로 간주될 수 있다.


3.2. 미키 17의 문제는 '개인 정체성'이 아니라 '심리적 연속성'의 문제이다.

만약 미키가 죽고 복제되었을 때도 기억과 경험이 유지된다면, 그것은 정체성이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명의 미키가 존재할 경우, 정체성의 독립성이 문제된다. 즉, 우리는 정체성을 '하나의 선형적인 존재'로만 이해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3.3. 죽음과 정체성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


미키가 기존 육체를 잃는 순간을 '진정한 죽음'으로 볼 수 있는가?

파핏이라면 "진정한 죽음이 아니다"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심리적 연속성이 유지되는 한, 새로운 미키는 여전히 '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속성이 끊어지거나, 미키가 여러 명 존재하게 된다면, 정체성의 개념은 완전히 붕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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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론: 미키 17은 파핏의 이론을 현실화한 실험이다.

미키 17은 단순한 SF 스토리가 아니라, 데릭 파핏이 제기한 개인 정체성 문제를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만약 정체성이 '물리적 동일성'에 기반을 둔다면, 미키는 매번 죽고 새로운 개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체성이 '심리적 연속성'에 기반을 둔다면, 미키는 여전히 동일한 존재이다.

미키 17은 이러한 딜레마를 극대화하며, '나는 누구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결국, 파핏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미키는 더 이상 하나의 고유한 개인이 아니다. 그는 단절된 순간순간이 아니라, 연결된 경험과 기억들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정체성이란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심리적 흐름 속에서 정의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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