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모음/문화, 영화, 책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 강, <소년이 온다> 중. 그리고 쿨함과의 이별이 필요한때

Whatever it is, it matters 2024. 10. 16. 00:06

 

광주광역시 5·18 민주화 운동기록관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축하 걸개를 걸어놓았다.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한강 - 소년이 온다> 중

 

글에는 다양한 힘이 있다.

아픔을 위로하고 보듬아준다.

그리고 마음을 동하게 한다.

 

2000년대 들어서, 모든 세상에 쿨병과 1초의 시선만을 원하는 쇼츠와 틱톡이 범람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 한 문장을 다 읽지 못하게 된 초단타세상속에서는

다소 만연체처럼 묘사가 길다고 생각이 들정도의 문장이지만 유려하고 아름답고 사람냄새가 나는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 축하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정대한텐 말하지 마라.  안그래도 저 때문에 내가 학교 못 다녔다고 눈치 보는데, 

중학교 검정고시 합격할 때까지만 모르는 척해줘.

 

얼굴에서 무슨 풀꽃 같은 게 연달아 피어나는 것처럼 눈웃음을 짓는 그녀의 얼굴을 너는 멍하게 바라보았다. 

 

<한강 - 소년이 온다> 중

 

고작 40년 전의 세상은 이랬다. 누나는 동생을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동생은 광주 민주화 항쟁의 시기에 휩쓸려 생명을 다했다. 이런 세상에서, 내 나이만큼 시간이 흐르면 너무나 모든 면에서 삶의 수준이 향상된 고마운 시대에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조금만 느끼하다 싶으면 우웩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용과 미학의 사라진 시대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지나친 쿨내음에 중독되어, 배움과 철학, 고민을 버려버린 '무지성 사회'로만 달려가는 현대사회에서

글을 아름다움, 문학의 소중함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역사는 지워지지 않고, 이렇게 또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이 공유된다는 것.

책장을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소년이 온다>의 상세한 묘사는 마음을 너무 저리게 만들고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어서

한번에 죽 읽어 나가는 분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쿨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독서도 하고, 옛날 노래도 들으며 문장 글귀, 가사 글귀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이소라 - 바람이 분다> 중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이토록 시적이고 아름다운 가삿말이 있었다. 

가사는 노래 전반의 분위기와 상황을 잘 묘사한다. 

그리고 예술은 이곳에 있었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포기하고
찢어질 것 같이 아파 할 수 없어 난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 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텐데

 

<악뮤 -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중

 

그렇기 때문에 악뮤의 이런 아름다운 노랫말과 멜로디에 다시 한번 눈물이 눈가를 적시려들때는 반가운 마음이 든다.

 

낭만과 희망이 있던 시대를 지나고,

증오와 갈등만이 남은 시대 속을 지나가며 생의 절반을 지나는 이 순간이

가끔은 아쉽고 그럼에도 과거를 추억 할 수있고, 

아름다움을 영유할 수 있는 토대 정도는 쌓았기 때문에

지금 세대보다는 조금은...

괜찮은 세대였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 하루도. 따뜻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보냈다.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중

반응형